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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프리즘] 6·25 참전국 외교 활성화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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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호 30면

주재우 경희대 교수, 한국세계지역학회장

주재우 경희대 교수, 한국세계지역학회장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한국세계지역학회는 지난 6일 한국국제정치학회·북한연구학회와 공동으로 6·25전쟁 참전국과 의료지원국의 주한 대사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이날 자리는 영국·캐나다·콜롬비아·튀르키예·프랑스·호주 등 대륙별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는 참전국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한국의 과거와 현재·미래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았다.

이날 간담회는 통일부도 함께했다. 국제사회에 한반도 정전과 분단 상황을 다시금 알리고 통일의 당위성을 홍보하며 이에 대한 지지를 확대·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6·25전쟁 때 자유 수호를 위해 함께 싸운 참전국들의 지지부터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학계와 정부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정전 70년 맞아 ‘혈맹’과 유대 강화
한반도 4강 넘어 외교 지평 넓혀야

실제로 이날 참석자들은 6·25전쟁 참전국이란 한국과의 인연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우리가 이들 국가를 바라보는 것보다 이들이 한국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도 실감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정전 후 지난 70년간 세계 최대 원조 수혜국에서 주요 원조 지원국으로 거듭난 한국이 자유 국제질서와 보편적 인류 가치 수호에 앞장서는 데 이들 국가도 ‘전우애’를 갖고 기꺼이 호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관심을 모은 건 한국이 한반도 분단 상황과 통일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잡으면 지난 70년의 분단 세월은 최소한 세대가 두 번 이상 바뀌었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 각국의 젊은 세대는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에 대해 알지 못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홍보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의 공통된 전언에 따르면 요즘 지구촌 청년들은 한류를 통해 대한민국이란 존재를 처음 접하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대한민국이란 나라도 늘 하나의 국가로 존속해 온 걸로 이해하고 있었다. 한 대사관 관계자는 “최근 북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접할 때도 북한을 한국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나라로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마침 K컬처를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껏 높아져 있는 만큼 이를 한국 외교·통일 정책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곁들여졌다.

이는 향후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바를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은 지금까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관계에 한국 외교의 주된 방점을 둬왔다. 이후 냉전 해체 시기와 맞물려 추진된 ‘북방외교’가 한·중, 한·러 수교와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등으로 이어졌지만 이를 한반도 통일의 동력으로 삼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이제 정전 70주년을 맞아 우리의 외교·통일 전략에 또 한 번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한반도 주변 4강을 넘어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전략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이와 관련, 70년 전 백척간두 위기에 처한 민주국가를 구하겠다고 나선 21개 참전국·의료지원국과의 유대 강화를 시발점으로 삼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간담회에서도 확인됐듯 이들 국가는 ‘함께 피를 흘린’ 한국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가까운 우방으로 여기고 있었다.

즉 우리에겐 지난 70년을 함께한 친구 같은 21개국이 존재한다. 여기에 6·25전쟁 때 각종 물자를 지원하며 힘을 보탠 나라까지 합하면 60개국이 넘는다. 게다가 이들 국가는 오대양 육대주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한국 외교의 틀을 확장하는 데 최적의 환경인 셈이다. 한국 외교의 다변화는 먼 곳에서 찾을 게 아니다. 동맹보다 더 끈끈하다는 ‘혈맹’ 관계를 이어온 6·25 참전국·의료지원국들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정전 7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한국세계지역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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