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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선물세트’ 한국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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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장혜수 기자 중앙일보 콘텐트제작에디터
장혜수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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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7월, 영국 런던에 모인 8개국 대표가 FIN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Natation), 즉 국제수영연맹 창설을 결의했다. 명칭 가운데 프랑스어 ‘natation’은 우리말로 수영이다. 국제수영연맹은 115년 만인 올 초 명칭을 WA(World Aquatics)로 바꿨다. Aquatics(아쿠아틱스)는 수영을 넘어서는 개념이다. 명칭을 바꾼 건 수영이 전부가 아니라서다. WA는 수영과 함께 다이빙·하이다이빙·아티스틱 스위밍·수구·오픈워터 수영 등 6개 종목을 관장한다.

지난 14일 개막한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막바지다. 올해 세계선수권은 한국 수영에게 매우 각별했다. 한국은 이번에 아쿠아틱스 6개 종목 중 수구를 뺀  5개 종목에 출전했다. 수구도 사실 세계선수권 본선 진출에 실패했을 뿐, 아시아 예선에는 출전했다.

무엇보다 한국 수영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첫’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여러 장면을 연출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역영하는 황선우. 한국은 이호준까지 2명이 결선에 올랐다. [AP=연합뉴스]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역영하는 황선우. 한국은 이호준까지 2명이 결선에 올랐다. [AP=연합뉴스]

#장면 1. 아티스틱 스위밍은 과거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으로 불렸다. 처음엔 여자 종목이었다가 양성평등 기조에 따라 남자 종목으로 영역을 넓혔다. 변재준은 한국의 첫 남자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다. 그는 김지혜와 함께 이번 세계선수권 혼성듀엣 종목에 출전했다. 첫 출전인데도 테크니컬과 프리 종목 모두 결선에 올랐다. 그는 “가능성을 보여준 게 이번 대회 가장 큰 수확”이라고 했다.

#장면 2. 하이다이빙은 남자 27m, 여자 20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입수 순간 낙하 속도가 시속 97㎞에 달한다. 최병화는 국내 유일의 하이다이버다.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참가했다. 출전 선수 23명 중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경기를 마친 뒤 환하게 웃었다. “살아서 경기를 마쳐 기쁘다”는 게 그가 웃은 이유다. 그렇게 그는 한국 하이다이빙 역사의 첫 장을 썼다.

#장면 3. 세계수영선수권은 1973년 시작했다. 한국은 1991년부터 출전했는데, 한동안 목표는 ‘결선 진출’이었다. 1998년 남자 접영 200m 한규철이 한국 수영의 세계선수권 첫 결선 진출자가 됐다. 2007년 박태환의 남자 자유형 400m 첫 금메달, 지난해 황선우의 남자 자유형 200m 은메달 등 이제는 세계선수권 메달도 낯설지 않다. 그리고 이번에 한국 수영은 또 한 번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서 한국 선수 2명이 결선에 올랐다. 황선우는 3번, 이호준은 7번 레인에서 우리끼리도 경쟁하며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한국 수영은 오랫동안 일본·중국 수영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이 조금씩 튼 작은 물꼬가 모여 어느덧 큰 물줄기가 됐다. 한국 수영은, 아니 한국 아쿠아틱스는 골고루 다 갖춘 ‘종합선물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