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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업주 마약 장소제공 혐의 첫 송치…수사 과정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입력

경기 오산경찰서와 시흥·안산단원·안산상록·화성서부, 경기남부경찰청 기동대,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시흥시 정왕동 베트남 전용 외국인 클럽 단속 모습. 경찰은 이날 한국인 업주 1명과 베트남 국적 외국인 17명 등 총 18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오산경찰서

경기 오산경찰서와 시흥·안산단원·안산상록·화성서부, 경기남부경찰청 기동대, 경찰특공대가 투입된 시흥시 정왕동 베트남 전용 외국인 클럽 단속 모습. 경찰은 이날 한국인 업주 1명과 베트남 국적 외국인 17명 등 총 18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오산경찰서

경기도 시흥에서 외국인 클럽을 운영하던 한국인 업주가 마약 매매·장소 제공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27일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은 클럽 업주가 마약 투약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적발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경기 오산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장소 등 제공) 혐의로 시흥 정왕동 N클럽 업주 김모(40대)씨를 지난달 28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씨는 지난 5월 특공대와 기동대 등을 동원한 경찰의 일제 단속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현행범 체포된 뒤 지난달 1일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씨를 상대로 추가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①김씨 스스로 마약을 투약했다는 점 ②단속 당시 현장에서 마약에 취한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 등을 토대로 장소 제공 혐의를 추가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증거를 수집해왔다. 이후 김씨와 종업원, 고객 등 20여명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종업원들이 마약 단속에 대비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김씨를 추궁한 경찰은 “마약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지 않으면 영업이익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김씨의 자백을 받아냈다.

외국인 마약 성지 적발에 유통망까지 차단

경기 오산경찰서는 지난 5월6일 0시47분쯤 시흥시 정왕동의 한 베트남인 전용 외국인 클럽에서 마약 매매·투약 단속을 벌여 한국인 업주 1명과 베트남 국적 외국인 17명 등 총 18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진은 위장 수사로 매매에 성공한 엑스터시 10정. 오산경찰서

경기 오산경찰서는 지난 5월6일 0시47분쯤 시흥시 정왕동의 한 베트남인 전용 외국인 클럽에서 마약 매매·투약 단속을 벌여 한국인 업주 1명과 베트남 국적 외국인 17명 등 총 18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진은 위장 수사로 매매에 성공한 엑스터시 10정. 오산경찰서

마약 매매·투약 장소 제공 혐의는 그간 고객의 수가 한정적인 노래방이나 바를 운영하는 업주에게 주로 적용됐다. 그러나 클럽의 경우 영업장의 규모가 큰 탓에 법 적용이 쉽지 않았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사업장 규모가 크면 클수록 손님들이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업주가 육안이나 청각으로 인지하기 어렵고 ‘손님들이 마약을 하는 줄 몰랐다’는 등 변명을 하면 수사기관은 입증하기 어렵다”며 “영리, 비영리를 떠나 찾는 손님들이 마약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증거를 모아 자백까지 받아낸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단순 투약 혐의로 기소된 업주 김씨에게 지난 6일 결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10만원, 약물치료 강의 이수 명령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 달 10일 예정돼있다.

N 클럽 마약 단속은 지난 5월 6일 베트남 정보원과 함께 위장 투입된 오산서 여성 경찰관이 엑스터시 10정을 100만원에 유인 매수해 약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310㎡ 규모의 클럽 안엔 업주와 종업원을 제외하고 100명 가까운 베트남 국적 외국인 고객이 있었다. 당시 오산서는 인접 4개 서 형사들까지 지원을 받아 마약을 투약하거나 매매한 베트남 국적자 17명과 업주 김씨 등 18명을 검거하고 5명을 구속했다. 이후 경찰은 이 클럽에 대량으로 엑스터시를 공급한 알선·판매책과 베트남에서 국내로 마약을 들여오는 총책까지 추적해 총책 A씨(30대) 부부 등을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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