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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땐 부부 3억 증여세 공제…중산층도 100만원 자녀장려금 [세제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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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정부가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엔 감세를 통한 경제 활력 제고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녹아있다. ‘세수 펑크’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에서도 K-콘텐트 제작사나 중소기업 등에 대한 감세의 틀을 유지했다. 결혼 때 부모로부터 받는 증여 재산에 대해서는 1억5000만원(기존 5000만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주요 영향권에 있는 대상은 결혼 예정자·기업·중산층이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던 세제 혜택 일부를 중산층까지 확대한다. 혼인 증여재산 공제를 신설하는 등 결혼·출산예정자에 대한 지원은 늘리기로 했다. 기업에 대해서는 콘텐트 제작 세액공제율을 최대 5배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는 파격적으로 지원한다. 세 부담을 줄여 적극적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①결혼·출산 지원

저출산 극복 지원은 이번 세법개정안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정부는 혼인 증여세 공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혼인신고일 전후 2년, 총 4년 이내에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 1억원에 대해 증여세를 추가 공제한다. 기존 5000만원 공제까지 포함하면 1억5000만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금·건물·토지 등 증여재산 종류나 이를 사용하는 용도 모두 제한을 두지 않는다.

 11일 서울 마포구 웨딩타운 드레스 샵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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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부모로부터 각각 1억5000만원씩을 받았을 때 현행 기준대로라면 각 1000만원씩 총 2000만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정부 세법개정안대로라면 총 3억원에 대한 증여세는 0원이다. 정부는 2014년 부모의 증여에 대한 공제한도를 5000만원으로 정한 이후 10년간 물가·주택가격·전셋값·결혼비용 등이 모두 오른 것을 고려했다.

근로자가 회사로부터 받는 출산·보육수당의 비과세 한도는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높인다. 법인이 근로자에게 자급하는 출산·양육 지원금을 필요경비로 인정하는 근거도 마련한다. 영유아에 대한 의료비 세액공제(15%) 한도는 폐지한다. 연 소득 7000만원 이하만 대상이었던 산후조리원 비용 세액공제(연 200만원 한도)는 소득과 상관없이 받을 수 있도록 바꾼다.

②세제혜택 중산층까지

18세 미만 자녀 1명당 최대 80만원을 지급하던 자녀장려금을 100만원으로 확대한다. 자녀장려금을 수령하는 연 소득 기준은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높여 수령 문턱을 낮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산층에 가까운 가정에도 지원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며 “서민·중산층 모두 양육 관련 부담을 덜어 출산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정부는 자녀장려금의 연 소득 기준은 완화하면서도 재산 기준은 유지했다. 가구원의 총 재산가액이 2억4000만원 이상이면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없다. 이용주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공시가격 하락 등으로 사실상 재산 기준도 완화된 것을 고려했고, 재산 기준을 유지한다고 해도 수혜 가구가 현행 58만 가구에서 104만 가구로 2배 가까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연금저축·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소득에 대한 저율 분리과세(나이에 따라 3~5%) 기준금액은 12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높인다. 연간 사적연금소득이 기준금액을 넘으면 종합과세 돼 세율이 6~45%로 뛴다. 기준금액이 넘어도 분리과세를 선택할 수 있다지만 세율이 15%다. 노후 세 부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리과세 기준금액은 2013년 이후 바뀌지 않았는데 그 사이 물가와 노후생활비가 모두 오른 만큼 정부는 기준금액을 상향해 고령층 세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는 300만~1800만원에서 600만~2000만원으로 상향한다. 취득 기준 주택가격 5억원까지만 소득공제를 적용했는데 6억원 이하 주택까지로 지원을 확대한다. 3000만원을 초과하는 기부금 세액공제율은 30%에서 40%로 내년도에 한해 한시적으로 상향한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의 근로소득세를 취업일로부터 5년간 90% 감면해주는 조치는 2026년까지 연장키로 했다.

③기업 세금 감면으로 투자 확대

반도체·전기차 등 제조업에 집중됐던 세액공제 혜택을 콘텐트 산업까지 확대한다. 영상콘텐트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현행 3~10%에서 5~15%로 상향한다. 여기에 제작비 중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에서 지출할 경우 대·중견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5%의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액공제 혜택이 제작비의 3%에 불과했던 대기업은 최대 15%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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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업계에선 여러 차례 제작비용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해온 만큼 이번 세법개정안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2025년까지인 일몰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세액공제 기한이 정해져 있어 콘텐트 투자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제비율을 대폭 확대했다고 해도 호주(40%), 미국(35%) 등의 최대 공제율보단 낮은 수준이다.

‘한 방’은 없고, ‘핀셋’에 집중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이 최대 50%에 달하는 국가전략기술엔 바이오의약품 관련 기술‧시설까지 포함한다. 현행 7년(5년 100%+2년 50%)인 국내 복귀 기업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감면 기간을 10년(7년 100%+3년 50%)으로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 가업승계 때 부담하는 세금은 확 낮춘다. 현재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은 자녀에 주식 등을 증여할 때 10억원까지 공제, 10억~60억원 세율 10%, 60억~600억원까지 세율 20%를 적용받는다. 이를 개정해 10억~300억원까지 10% 세율을 적용한다. 연부연납 기간은 5년에서 20년으로 늘린다.

다만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나 과표구간 단순화와 같은 굵직한 제도 개편은 빠졌다. 3주택 이상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등 여전히 남아 있는 다주택자 중과세와 같은 부동산 관련 세제도 건드리지 못 했다. 세법 개정이 대규모 전투가 아닌 ‘국지전’에 그친 것을 놓고 추 부총리는 “현재 국회 상황이 지난해와 동일하다 보니 현실적인 입법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도 부자 감세 우려 

지난해 세법개정안과 비교해 감세 규모가 대폭 줄긴 했다. 하지만 향후 국회 논의에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결혼자금 증여에 1억원을 추가 공제하기로 하는 등으로 부유층에 세제 혜택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중소기업 가업승계 저율 과세 확대 역시 부의 대물림을 야기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저소득층 지원이 사업 목적인 자녀장려금을 연 소득 7000만원에 달하는 가구까지 지급하게 되면 정부가 중산층에게까지 돈을 뿌리는 결과를 낼 수 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증여세 근본적인 목적이 부의 세습을 완화하고 이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있다. 결혼하는 자녀에게 1억원 이상을 줄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있는지, 수백억원을 상속하는 회사를 가업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해지긴 했으나 부자 감세라는 큰 틀에서는 동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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