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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지 쏠림에 코인판된 증시...에코프로 154만→114만 롤러코스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장이 코인 판이 된 것 같다."

‘2차전지 장세’ 속 코스닥이 널을 뛴 26일 한 주식토론방에 올라온 글이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4.18% 급락한 900.63으로 마감했다. 이날 오후 1시쯤만 해도 956.4포인트까지 오르며 ‘천스닥’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오후 2시가 가까워지자 886포인트로 급락하다 900포인트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하루 사이 70포인트가 오르내린 것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하루에 천당과 지옥 오간 코스닥과 2차전지 

‘2차전지’ 신흥강자로 부상한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홀딩스가 상장된 코스피는 전날보다 1.67%(44.10포인트) 하락한 2592.36에 거래를 마치며 2600선이 깨졌다.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터 장세는 2차전지로의 과도한 쏠림에 따른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에코프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에 빠진 개인투자자는 고액투자자와 소액투자자를 불문하고 2차전지로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신용융자잔고도 다시 늘며 ‘빚투’도 고개를 들고 있다.

2차전지 쏠림 속 휘청대는 곳은 코스닥 시장이다. 26일 오전만 하더라도 '사상 최고가'를 경쟁적으로 갈아치우며 폭주 기관차처럼 질주하던 2차전지 종목은 이날 오후 1시 30분 이후 갑작스러운 급락세를 맞았다. 대다수 종목의 장중 고점 대비 낙폭이 30%에 이르렀다.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은 장 초반 58만40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썼지만, 오후 1시30분쯤 42만원까지 미끄러졌다. 결국 전날보다 1.52% 내린 45만5000원에서 장을 마감했다.

에코프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 중 153만9000원까지 오르며 150만원 고지마저 뚫었지만, 오후 2시쯤 113만6000원까지 고꾸라졌다. 고점 대비 변동 폭은 26%에 달한다. 사실상 고점에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라면 몇 시간 사이에 하한가를 맞은 셈이다. 이후 전날보다 5.03% 내린 122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코스닥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은 18%에 달한다.

최근 연일 급등하며 ‘제2의 에코프로’로 주목받던 포스코그룹주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스코퓨처엠은 장중 고점 대비 저점 하락 폭이 24.64%를 기록했고, 포스코홀딩스 주가도 21.6% 떨어졌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일간 (시장의) 수급을 모조리 흡수했던 2차전지 관련 종목 주가와 수급이 시장 전체를 흔들어놓고 있다”며 “펀더멘털이나 특별한 업황 이슈 없이 이런 변동성이 나타나는 것은 수급과 심리적 요인이 반대급부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날 오전만 해도 코스닥 1400개 종목이 하락하는 데도 (2차전지 종목은) 1%대의 상승세를 보였다”며 “이는 분명히 ‘정상’이 아닌 상황이고, 시장도 이런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 듯하다”고 지적했다.

2차전지 종목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면서 이날 코스닥 시장은 또 다른 기록을 세웠다. 전체 종목(1657개) 중 1480개 종목이 하락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코스피는 948개 종목 중 857개 종목이 하락해 역대 11번째로 하락 종목이 많았다.

변동성이 커지자 한국거래소는 이날 에코프로비엠과 LS일렉트릭을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해 27일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금지일 당일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면 공매도 금지 기간이 연장될 수 있다.

부자도 100원 투자자도 '2차전지', 빚투도 증가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하지만 개인투자자의 2차전지 사랑은 여전히 뜨겁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초부터 지난 25일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포스코홀딩스로 7조80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다음은 에코프로(9259억원)와 에코프로비엠(6886억원)이다.

큰 손과 소수점 매매 투자자까지 소액투자자까지 모두 2차전지 앞으로 집결 중이다. 중앙일보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지난 7월 한 달간 서울 강남과 한남동 등 고액아파트에 거주하는 투자자의 상위 매수 종목을 분석한 결과, 1~5위가 모두 2차전지 종목이었다. 가장 많이 산 종목은 포스코홀딩스였고, 2위는 에코프로비엠, 3위는 에코프로였다. 포스코퓨처엠(4위)과 LG에너지솔루션(5위)이 뒤를 이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주식을 100원 단위로 살 수 있는 소수점 매매에서도 2차전지는 인기몰이 중이다. 지난 1월만 해도 213만원에 그쳤던 에코프로 매수 금액은 지난 7월 1억1078만원까지 늘어났다. 약 50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 거래액도 321만원에서 5600만원으로 급증했다. 포스코홀딩스도 847만원에서 1억1631만원으로 매수 금액이 급증했다.

익명을 요청한 애널리스트는 “최근 여의도 애널리스트들이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에코프로 사도 되냐’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2차전지 열풍 속 소외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이어지며 증권사에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도 증가세다.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감소세를 보였던 신용융자잔고는 20조원을 돌파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596억원을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0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 4월 이후 3개월 만이다. 유가증권시장 9조9197억원, 코스닥시장은 10조1399억원으로 코스닥 신용 잔액이 코스피를 뛰어넘었다.

2차전지로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가계에 초과저축이 많아지며 개인투자자의 영향이 커졌고 자산 가격에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올해 자산 가격 움직임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강력한 쏠림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괴리가 더욱 지속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약세로 전환하면 쏠림현상도 버티기 어렵고 과열 국면에서 투자한 종목은 부담이 되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영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 상승은 제한된 상황에서 특정 부문의 과열만 나타나고 있다. 시장이 상승하지 못하면 신규자금 유입이 제한적인 데다 기존 투자자는 조바심에 패자 종목을 팔고 주도주를 사기 때문에 주도주는 오르지만 지수는 오르지 못한다”며 “2015년 바이오 업종 쏠림현상 국면이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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