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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동문자녀 우대입학 손본다…美 '학벌 대물림' 조사 착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학교에서 캠퍼스를 걷고 있는 학생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학교에서 캠퍼스를 걷고 있는 학생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부모 학벌의 대물림 수단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미국 대학의 ‘레거시(동문자녀 입학 우대) 제도’에 대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대입 소수인종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한 미 대법원의 위헌 결정 이후 레거시 입학도 더는 명분이 없게 됐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교육부가 하버드대의 레거시 입학 제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비영리 단체 ‘민권을 위한 변호사’가 하버드대의 레거시 입학 제도는 민권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교육부에 진정을 낸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세부 조사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민권법 제6호에 의거해 하버드대에 대한 공개 조사가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1964년 제정된 민권법 제6호는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 국가를 이유로 한 차별, 참여 배제, 혜택 거부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어퍼머티브 위헌 결정 이후 대학 입학 관행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며 “대학이 종종 부유층에게 주는 이점에 대한 분노가 다시 표면화됐다”고 전했다.

민권을 위한 변호사 측은 하버드대가 레거시 입학을 확대하면서 덜 부유한 학생들, 특히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시아계 수험생들이 불리해졌다고 주장한다. 최근 공개된 하버드대 라지 체티 경제학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라지 체티 교수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버드ㆍ예일ㆍ프린스턴 등 미 동북부 사립 명문 아이비리그 8개 대학과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 등을 포함한 총 12개 명문 사립대 입시에서 부유층 가정 자녀의 합격률이 다른 계층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2개 명문대 학생 6명 중 1명은 소득이 상위 1%인 가정의 자녀였다.

또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점수가 같을 때 소득 상위 0.1% 초부유층 가정의 자녀는 다른 수험생보다 합격 가능성이 2배 가까이 높았으며, 상위 1% 가정의 자녀는 합격 가능성이 34%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NYT는 “상위 1% 가정의 자녀들이 대입에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점은 동문 가족이나 고액 기부자를 우대하는 레거시 제도였다”고 전했다.

지난 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대입 소수인종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대법원의 위헌 결정에 항의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대입 소수인종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한 대법원의 위헌 결정에 항의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대법원의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결정 이후 미국 내 여론은 레거시 입학 제도 폐지론으로 불똥이 튄 형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레거시 제도를 겨냥해 “기회가 아니라 특권을 확대한다”며 제도 개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소속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오리건주)과 자말 보우먼 하원의원(뉴욕주)은 대학 동문과 기부자 자녀에 대한 특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계획이다.

니콜 루라 하버드대 대변인은 이번 교육부 조사와 관련해 “최근 법원의 (어퍼머티브 액션 위헌) 판결 이후 법 준수를 위해 이미 학생 입학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하버드는 기회의 문을 열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의 입학 지원을 장려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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