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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먹은' 당정 지지율 속앓이…"오염수 방류땐 또 요동칠텐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 탄천면 한우 축산농가를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집중호우 피해를 입은 충남 공주 탄천면 한우 축산농가를 찾아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있다. 뉴스1

수해로 전국이 몸살을 앓으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이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권이 모든 정치 일정을 뒤로한 채 수해 피해 복구에 집중하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당정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7~21일 진행한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는 36.6%로, 전주(38.1%)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6월 말 수능 킬러문항 배제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사에서 4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지난 3월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3주 연속 하락하며 다시 30%대 중반으로 내려 앉을 위기다. 같은 기간 다른 여론조사업체 알앤써치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3.6%에서 35.6%로 떨어졌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41.6%에서 38.4%로 모두 내림세를 보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여당인 국민의힘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원씨앤아이가 22~23일 진행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4.2%였다. 45%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보다 10%포인트 이상 뒤쳐졌다. 19~21일 진행된 알앤써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4%로 민주당 47.8%와 큰 격차를 보였다. 3·8 전당대회 이후 김기현 대표 체제가 안정화되며 30% 후반대로 반등 움직임을 보였지만, 수해로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지지율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는 조사도 있지만, 어쨋거나 추세는 좋지 않다.

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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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당정 지지율은 윤 대통령의 순방 등 외교 행사 후 상승하는 규칙성을 보여왔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5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방한, 그리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주요 3개 여론조사기관 조사에서 모두 40%를 돌파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부터 6박8일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까지 전격 방문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순방 도중 김건희 여사의 명품 쇼핑 논란이 터진데다, 순방 막판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며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7월 2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갑작스런 폭우로 수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석골 마을을 찾아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하던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2017년 7월 2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갑작스런 폭우로 수해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청석골 마을을 찾아 수해복구 봉사활동을 하던 모습. 청와대 제공

역대 정권에서도 수해는 지지율 하락의 직격탄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7월16~23일 충청권에 내린 갑작스런 폭우로 7명이 사망하는 재해가 발생했다. 당시 7월31~8월2일 진행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지지율은 전주 74%대비 3.7%포인트 급락한 70.3%를 기록했다. 특히 대전·충청·세종에서 지지율이 9%포인트(76.6%→67.6%) 급락하며 전체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임기 후반부인 2020년에도 6월부터 약 2개월 간 이어진 역대급 집중호우로 전국이 골머리를 앓자, 60%를 넘던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5% 밑으로 밀렸다.

그러나 모든 수해가 정권의 지지율을 흔들었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1년 7월 25~28일 수도권 등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졌다. 당시 서울 서초구에서는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전국적으로 7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기록적인 인명피해에 이 전 대통령은 곧바로 서울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폭우 피해 현황을 점검하며 “서울의 재해기준을 올리라”, “수해 TF를 만들라”, “방재 예산을 최우선 배정하라”고 지시를 쏟아냈다. 이어 예정됐던 휴가를 미루고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가 주재하기로 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수해 대응을 진두지휘했다. 이에 임기 말임에도 불구하고 수해 직후 진행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전주(32.6%) 대비 0.8%포인트 소폭 하락한 31.8%를 기록했다. “재해 발생 자체보다 재해에 대응하는 지도자의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011년 7월 28일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이 서울 동작동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통제소 관계자들로부터 홍수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1년 7월 28일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이 서울 동작동 한강홍수통제소를 방문해 통제소 관계자들로부터 홍수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러나 이번 수해는 공교롭게도 윤 대통령과 김 대표가 모두 해외 순방 중일 때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귀국 직후 충남 공주와 논산의 피해 현장을 방문했고, 김 대표도 지난 21일부터 일주일간을 수해복구 봉사 주간으로 지정해 직접 수해복구에 나서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흔들린 민심을 다잡긴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당내 어른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폭우로 대구시에 비상근무령이 발령된 상황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재해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어야 할 김영환 충북지사는 늑장대응 논란에 “현장에 일찍 갔다고 바뀔 건 없다”고 해명해 공분을 샀다. 당 지도부의 노력에도 여당 소속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의 실언이 이어지면서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는 분위기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지지율 반등 요인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이다. 민주당도 수해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할 박정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베트남으로 해외 출장을 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조기귀국했다. 그럼에도 야당보다는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권에 대한 여론이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는 “8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실제 방류하면 한 번 더 당정 지지율이 요동칠 것”이란 말도 나온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들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해 상황을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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