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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마녀’ 웬디 셔먼 美국무 부장관 퇴임…후임에 뉼런드·캠벨 등 거명

중앙일보

입력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해 11월 9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라 살레 대학에서 열린 미국-멕시코 수교 2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셔먼 부장관은 오는 28일 공식 퇴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해 11월 9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라 살레 대학에서 열린 미국-멕시코 수교 2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셔먼 부장관은 오는 28일 공식 퇴임한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부 부장관이자 ‘한반도통’으로 꼽히는 웬디 셔먼(74) 부장관이 오는 28일(현지시간) 공식 사임한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무부 2인자 자리에 오른 셔먼 부장관은 특유의 흰 머리에 냉정한 업무 스타일로 ‘백발 마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의 트위터 계정 소개글엔 ‘원칙적이고 효과적이며 공정한 공공 리더십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 배우자이나 어머니이고 할머니, 그리고 동료’라고 적혀있다.

24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지난 5월 공직 은퇴 의사를 밝힌 셔먼 부장관이 28일까지 근무한다고 밝혔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세 명의 대통령과 다섯 명의 국무장관을 보좌하는 동안 기록한 시간과 거리, 그가 해결한 골치 아픈 문제들, 그가 강화한 파트너십, 그의 리더십 덕분에 개선된 수많은 미국인들의 삶 등 웬디의 이력은 모든 면에서 특별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제게 이 역할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저는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웬디를 파트너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난 2년여 동안의 파트너십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993년 국무부 입법담당 차관보로 시작해 국무부 내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셔먼 부장관은 민주당 출신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등 대통령 3명, 국무장관 5명과 함께 일한 외교안보 베테랑이다. 클린턴 정부 2기 시절인 1999~2001년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일하면서 한반도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북한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북한 고위 관리 중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해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배석했다. 같은 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에도 함께했다.

셔먼 부장관은 과거 북한과의 협상 경험을 바탕으로 오바마 정부에서 이란 핵 합의를 도출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2018년 펴낸 회고록 『약한 사람은 사절(Not for the Faint of Heart)』에는 이란 핵 합의가 얼마나 지난한 과정이었는지 토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바이든 정부에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ㆍ미, 한ㆍ미ㆍ일 외교차관 회담을 여러 차례 이끌어 동맹의 단합을 강화했다는 평을 받았다. 셔먼 부장관은 이날도 장호진 외교부 1차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통화를 하고 한ㆍ미ㆍ일 협력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셔먼 부장관은 트위터 글을 통해 “장 차관, 모리 차관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알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셔먼 부장관의 후임이 결정되기 전까지 빅토리아 뉼런드(62) 정무 차관을 부장관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정무 차관은 장관, 부장관에 이어 국무부 내 서열 3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7월 27일 당시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현 주미 대사)이 한국을 방문한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 차관과 만나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지난해 7월 27일 당시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현 주미 대사)이 한국을 방문한 빅토리아 뉼런드 미국 국무부 정무 차관과 만나 악수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뉼런드 부장관 직무대행은 1년 전 한국을 방문해 대북 대응 방안을 협의한 경험이 있다. 미 정무 차관으로는 5년 만의 방한이었다. 지난해 7월 방한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 조현동 당시 외교부 제1차관(현 주미 대사), 이도훈 외교부 제2차관 등과 연쇄 회동하면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은 우선순위를 두고 다뤄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 국제사회와 단합되고 강력한 대응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뜻을 모았다.

뉼런드 직무대행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대사, 유럽 담당 차관보 등을 지낸 유럽통으로 대(對)러시아 강경파로 분류된다. 2014년 유럽 담당 차관보 때 당시 친러시아 우크라이나 정권을 유럽연합(EU)이 압박하지 않고 있다면서 EU를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녹음파일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다.

지난 18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커트 캠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ㆍ미 핵협의그룹(NCG) 출범회의 관련 공동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난 18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커트 캠벨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ㆍ미 핵협의그룹(NCG) 출범회의 관련 공동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셔먼 부장관 후임에는 뉼런드 직무대행 외에도 커트 캠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 조나단 파이너 NSC 국가안보 부보좌관, 데릭 숄레이 국무부 선임 고문 등도 거명되고 있다.

캠벨 조정관은 오바마 정부 때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로 있으면서 ‘아시아 중심 정책(Pivot to Asia)’을 설계하는 등 미 외교의 초점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현재 인도태평양 조정관으로서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아시아 정책의 키를 잡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 때 미국측 대표로 참석하기도 했다.

번스 대사는 나토 대사를 거쳐 국무부 정무 차관을 역임한 인물로, 이란 핵 협상을 주도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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