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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남규의 글로벌 머니

내년 2분기까지 미국 ‘고금리 사우나’ 이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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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남규 기자 중앙일보 국제경제 선임기자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이번 주는 ‘돈의 사제들’ 시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의 중앙은행가들이 참여하는 통화정책 회의가 이번 주에 모두 열린다. 미국은 25~26일, ECB는 27일, BOJ는 28일 각각 기준금리 등을 결정한다.

돈의 세계에서 각 통화의 중력 차이를 반영한 일정일까. 글로벌 금융계의 태양인 달러의 정책가격(기준금리)이 먼저 결정된다. ECB와 BOJ는 Fed의 판단과 결정을 참조해 지역에 맞게 기준금리 등을 조절할 모양새다. 그 바람에 시장의 관심이 Fed의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FOMC)에 집중되고 있다.

Fed, 26일 0.25%P 인상 가능성
전문가 다수 “마지막 인상일 듯”
“하반기에 경기침체” 58% 달해
고금리 기조 당분간 유지할 듯

16개월 인상 사이클 끝나나

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맨 오른쪽)이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 (FOMC)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 [사진 Fed]

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맨 오른쪽)이 연방공개시장정책위원회 (FOMC)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 [사진 Fed]

FOMC 결과는 한국시간 27일 새벽에 나온다. 약아빠질 정도로 셈에 능한 뉴욕 월가 사람들은 결과를 이미 짐작하는 듯하다. 금융정보회사인 톰슨 로이터 등이 월가 이코노미스트 106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을 보면 70% 이상이 제롬 파월 등 FOMC 멤버들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아장걸음(baby step)’이다.

핵심 근거는 6월 인플레이션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한 해 전 같은 기간과 견줘 3% 오르는 데 그쳤다. 예상치보다 덜 올랐다. 5월의 4%보다도 1%포인트 낮다. ‘이런 흐름이라면’ 올해 안에 파월 등이 ‘마음 놓을 수준(comfort zone)’인 2%에 이를 전망이다. 굳이 큰 걸음(big step)으로 걸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월가의 눈길은 이번 인상이 2022년 3월 시작된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일지 여부에도 미치고 있다. 톰슨로이터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6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봤다. 한 차례 또는 두 차례 더 올린다고 보는 응답자도 적지 않다는 얘기다. 예측 자체가 어려운 돈의 세계이니 일단 다수설을 주목받기 마련이다.

Fed가 이번에 0.25%포인트 인상을 한 뒤 긴축을 중단하면, 기준금리는 5.25~5.5%가 된다. 지난해 3월 이후 16개월에 걸친 인상 사이클이 끝난다. “(이번 사이클은) 파월 의장 등 Fed 내부자가 태도를 돌변해 허겁지겁 올린 흐름”이라고 스티브 행키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경제학)가 기자에게 꼬집었다. 실제 기준금리 인상 속도와 폭은 폴 볼커 전 Fed 의장이 스태그플레이션 파이팅을 벌인 1980~83년 이후 40년 사이에 가장 컸다.

“기준금리는 5.5%가 아닌 5.7%”

숨은 긴축도 있다. Fed가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양적 긴축(QT)이다. Fed의 전체 자산이 8조9655억 달러(약 1경1386조원)에서 최근 1년 정도 새에 6700억 달러 정도 줄었다. 매달 900억 달러어치씩 국채 등을 팔려고 한 계획보다는 적다. 올해 3월 발생한 중소 시중은행 파산 탓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요즘 QT는 계획대로 매달 900억 달러씩 이뤄진다. 여기에다 미 재무부가 최근 두 달 정도 사이에 국채 약  2조 달러어치를 팔아 달러를 조달했다. 시중 달러가 재무부와 Fed 금고로  무서운 기세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다행히 거대한 자금풀(MMF 자금 등)이 형성돼 있어 큰 파장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다만, Fed의 QT와 재무부의 국채 발행 탓에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다. 만기 3~10년물 등 중장기 국채 수익률이 최근 들썩였다. 자연스럽게 미 시중은행 대출금리 등도 오르고 있다. 이를 근거로 미 투자은행 JP모건 등은 “Fed가 기준금리를 0.25~0.5%포인트 추가 인상한 효과를 낸다”고 추정한다. 미 기준금리가 이번 FOMC 이후엔 ‘사실상 5.5~5.75%’란 얘기다.

네덜란드계 금융그룹인 ING 로버트 카넬 아태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급격한 긴축의 파장은 반드시 발생한다”며 “올해 하반기에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경기는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경기 둔화는 의견일치인 듯하다.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8%가 ‘앞으로 12개월 이내’ 경기침체가 엄습한다고 예측했다. 다만, 응답자의 18%만이 하드랜딩(위기)를 내다봤을 뿐이다.

결국 핵심은 실물경제 흐름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은 지금까지 미 경제의 흐름에 비춰 뜻밖이다. Fed의 파상적인 긴축에도 미 성장률은 탄탄했다.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3%대에 머물고 있다. 이런 경제가 침체에 빠진다? 경기예측 전문회사인 디시전이코노믹스 앨런 사이나이 대표는 e메일 인터뷰에서 “Fed 기준금리 인상 이후 12개월 뒤에 실업률이 높아지기 시작한다”며 “요즘 실업률은 미국인의 소비 여력 등에 힘입어 다른 때보다 늦게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미 경제가 둔화한다면, Fed는 언제쯤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까. 몇몇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말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 금융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직접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이달 23일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년 2분기를 예상한 펀드매니저가 눈에 띄게 늘었다. 한 달 전 조사에서는 내년 1분기를 예상한 펀드매니저들이 상당히 많다.

펀드매니저들의 예상대로라면, 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예측 가운데 바뀌지 않는 부분이 분명해진다. 바로 ‘Fed가 고금리 상태에서 오랫동안 실물경제 흐름을 보며 지켜볼 것’이란 예측이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가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말한 ‘고금리 사우나’를 견뎌야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