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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수급자 28%가 재직 때 월급보다 많이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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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정부가 실업급여 제도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수급자 일부가 실제 소득보다 높은 실업급여를 받아 근로의욕이 저하된다는 이유에서다. 김성호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실업급여 제도개선 필요성 관련 설명회’를 열고 이런 개편 필요성을 설명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실업급여, 현재 얼마나 받나=현행 실업급여 제도는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일하면 근무기간·보험료 납부 기간 등을 고려해 최소 120일에서 최대 270일까지 수급할 수 있다. 지급수준은 평균임금의 60%다. 하지만 저소득 수급자를 보호하는 취지에서 최저임금의 80%를 하한액으로 두고 있다.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월 185만원 수준이다. 최근 확정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2.5%)이 반영되면 하한액도 약 4만원 오른 189만원이 된다. 당정은 이러한 ‘하한액’이 실직자들의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정도로 높다고 판단해 실업급여 제도를 전면 손질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업급여 하한액, 왜 문제 되나=우선 당정은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하한액을 적용받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1000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112만8000명)보다 1.5배 가까이 늘었다. 지급액 기준으론 같은 기간 3조4418억원에서 10조9105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하한액 수급자는 73.1%인 119만2000명에 달한다.

특히 수급자 일부는 과거 세후 근로소득보다도 많은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지난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의 27.9%인 45만명이 이러한 ‘역전현상’을 보인다고 추산하고 있다. 김 실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은 구직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로 취업 시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유일한 국가라며, 하한액 하향 조정을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재정도 바닥=정부는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고용부가 밝힌 지난해 말 기준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6조3000억원이다. 하지만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차입한 예수금(10조3000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3조9000억 상당이 적자인 상태다.

고용보험기금이 바닥을 보인 데엔 반복수급 문제도 작용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단기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실업 급여를 3회 이상 반복 수급한 사람은 5년간 10만명 이상으로, 2018년 대비 지난해 24.4%가 증가했다.

◆그래서 어떻게 바꾸나=정부는 이날 구체적인 개편 방향에 대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현재 국회에선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월 구직급여 수급요건을 현행 180일(약 6개월)에서 10개월로 연장하고, 실업급여 하한액을 폐지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외에 반복 수급자 급여액을 최대 50% 삭감하고, 대기기간을 최대 4주로 연장하는 등의 방안을 담은 개정안도 발의됐다.

◆고용안전망 악화 우려도=노동계에선 실업급여 수급자가 계약직·파견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대적으로 많은데, 하한액이 낮아지면 생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하한액에 대한 손질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고 연령자 등 사회적 약자나 장기 근속자에 대해선 반대로 수급 기간이나 지급액을 늘리는 등의 방향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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