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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심장수술 받고도 밀어붙였다…'사법부 무력화' 법안 가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이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 처리를 끝내 강행했다. 이로써 이스라엘 내 강한 반발과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7개월 동안 이어진 '사법 정비' 논란은 이스라엘 연정 내 강경론자들의 의도대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시민·야권·법조계의 반발이 거센 법안이 강행 처리되면서 이스라엘 내 분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사법부 무력화 법안 표결을 앞두고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서 사법부 무력화 법안 표결을 앞두고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날 오후 집권 연정이 발의한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2∼3차 독회(讀會)를 열고 표결 끝에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번 법안은 집권 연정 64석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집권 연정은 의회 전체 120석 중 과반을 차지한다. 야당은 항의 차원에서 법안에 대한 최종 표결을 거부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번 법안은 대법원이 총리를 포함한 행정부 각료의 임명과 행정상 결정 등에 대해 위헌 여부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한 권한을 무력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사실상 사법부가 정부의 독주를 최종 견제할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의회 규정에 따라 의원들은 앞서 법안에 대해 토론을 하고 총 세 차례 표결을 했다. 지난 11일 1차 표결 당시에도 이번 법안은 이미 가결이 됐다. 의회는 23일엔 26시간 동안 관련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스라엘 연정은 올초부터 사법 정비 입법 절차를 추진했다. 법안의 핵심은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줄이겠다는 것이다. 우파 연정은 향후 추가 입법을 통해 대법원이 내린 결정을 의회가 표결로 뒤집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극우적이라고 평가받는 네타냐후 정권이 출범 2주 만에 내놓은 사법 개혁안은 시민·야권·법조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네타냐후 정부는 선출직이 아닌 판사들의 권한이 너무 커 3권 분립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반대 측에선 사법부를 무력화시켜 정부에 종속시키는 '사법 쿠데타'이자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방탄법이란 비판이 나왔다.

24일 의회 표결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24일 의회 표결에 참석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표결 이틀 전인 22일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인공 심장박동기 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표결을 앞두고 퇴원을 할 정도로 강행 의지를 보였다.

이번 표결을 앞두고도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도 텔아비브에서 의회가 있는 예루살렘까지 4박 5일간 약 2만 명이 가담한 행진 시위가 벌어졌다. 예루살렘의 크네세트 주변엔 반대 시위를 벌이기 위해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이스라엘 최대 노동자 단체인 히스타드루트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예비군들도 1만 명 넘게 복무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이스라엘이 직면한 위협과 도전의 크기를 감안할 때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사법 정비를 서두르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 국민을 합의로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날 의회에서 법안 표결이 시작되자 텔아비브 증시의 주가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현지 화폐인 셰켈화 가치도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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