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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고속道' 자료 55종 다 공개..."이젠 민주당이 답할 차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장에서]   

국토교통부가 2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캡처

국토교통부가 23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캡처

 "오죽하면 전례없이 관련 자료를 다 까겠습니까. 아무리 자료를 제시하고 설명해도 야당 등에서 믿어주질 않으니 국민에게 직접 공개하고 판단을 구하는 게 낫겠다 싶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저녁 이렇게 토로했다. 앞서 국토부는 이날 오후 정치적 논란 속에 추진이 중단된 '서울~양평고속도로'와 관련된 자료 55종을 공개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이하 양평고속도로) 건설이 포함된 제1차 국가도로종합계획과 고속도로건설계획, 예비타당성조사(예타)보고서, 타당성조사방침 문서, 과업지시서, 착수보고서, 대안노선 검토 자료, 분야별 전문가 자문결과, 경기도·양평군 등 관련 기관과 주고받은 공문,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등이 모두 포함됐다.

 그동안 양평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한 문서는 개인신상에 관련된 내용을 제외하고는 전례없이 모두 공개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이 중에는 거의 1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보고서도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전반적인 내용을 정리한 별도의 설명자료도 함께 올려뒀다.

 원희룡 국토부장관(가운데)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중단을 발표했다. 뉴스1

원희룡 국토부장관(가운데)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의 중단을 발표했다. 뉴스1

 사실 이들 자료에 담긴 핵심 사안은 이미 국토부가 더불어민주당이나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에 대한 해명·반박자료를 낼 때 대부분 포함됐다. 예타안대로 도로를 건설하면 환경 파괴가 상대적으로 심하고, 양평군에서 요구하는 나들목(IC)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주거지 밀집 지역이라 적지않은 민원도 우려된다고 했다.

 반면 대안은 전문엔지니어링업체를 선정해 마련한 것으로 교통체증 해소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예상 교통량을 보면 예타안은 하루 평균 1만 5834대지만 대안은 2만 2357대로 6000대가량 더 많다. 이게 맞는다면 교통량 흡수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게다가 대안 노선은 상수원 보호구역과 철새도래지 등을 지나는 구간이 예타안에 비해서 짧고 한강 교량도 1개여서 상대적으로 환경보호에 더 유용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실제로 이날 공개된 도로·교통전문가 7명의 자문 의견에서도 대부분 대안이 예타안 보다 교통량 분산과 환경 보호 효과가 더 크고, IC 추가에도 유리해 보인다고 언급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토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야당 주장대로 우리가 외압을 받았다면 소음과 분진 때문에 혐오시설로 간주되는 분기점(JCT)을 문제가 되는 땅에 바짝 붙인 대안을 선택할 수 있었겠느냐”며 “정말 특혜를 주려 했다면 해당 땅에서 좀 더 떨어진 곳에 분기점을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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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이 양평고속도로 건설 과정에 대해 질문을 하면 직접 답변을 하는 코너까지 국토부 홈페이지에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꽤 강경하게 나오는 모양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런 상황이라면 이젠 민주당이 답할 차례다. 단순히 '김건희 라인'이라는 정치적 공세 대신 국토부가 공개한 자료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분석해서 추진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어떤 특혜 의혹이 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민주당에도 대선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교통 관련 공약 수립에 참여한 교통 전문가가 적지 않다. 민주당 지도부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들 전문가들로  제대로 분석팀을 꾸려서 예타안과 대안의 장단점을 가리고, 추진 과정의 잘잘못을 따지는 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양평고속도로는 해당 지역은 물론 수도권 전체의 교통정체 해소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이다. 지난 2008년 민간제안부터 따지면 15년이나 된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정치적 득실과 정략적 이해관계 때문에 중단되거나 무산 돼서는 안된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모습(위 사진). 아래는 대안 노선 종점으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모습(위 사진). 아래는 대안 노선 종점으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연합뉴스

 학계에서도 양평고속도로 건설을 둘러싼 지나친 정치적 논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대한교통학회가 주최한 양평고속도로 관련 토론회에서 여러 참석자는 “전문가들이 관련 규정과 기준, 절차에 따라서 진행하는 사업을 너무 정치적으로 재단하는 건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토부가 자료를 다 공개했으니 이제라도 민주당도 팩트로 답하는 게 맞는 듯싶다. 팩트로 묻고 팩트로 답하는 과정에서 사업을 정상적으로, 효과적으로 재개할 수 있는 방안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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