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리는 한도 막히고, 연체율은 상승…수익·건전성 우려에 막히는 서민 대출

중앙일보

입력

신용도가 낮은 서민의 대출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높은 기준금리가 오랜 기간 지속하면서 자금조달 비용 압박을 받는 금융사가 중·저신용자의 대출부터 줄이고 있어서다.

중금리 대출, 저축은행 절반 가까이 ‘뚝’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연합뉴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 연합뉴스

23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3조3437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6조1317억원)와 비교해 45.4% 줄었다.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 수도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한 저축은행 수는 전체 79개 중 35개였지만, 올해 상반기는 31곳으로 줄었다. 이 여파에 중금리 대출 건수도 같은 기간 33만9332건에서 22만2962건으로 떨어졌다. 한 건당 대출 금액으로 보면 1807만→15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민간 중금리 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50%에 해당하는 중·저신용자에게 보증 없이 신용대출을 내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에서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카드·캐피탈 업계의 중금리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도 발생했다. 당장 돈이 급한 서민들이 카드론 등 마지막 급전창구로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드·캐피탈 업계 중금리 신용대출은 2조189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6386억원)와 비교해 33.5% 증가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 7곳의 지난달 말 기준 카드론 잔액도 34조8326억원으로 3월 말(34조1130억원)과 비교해 증가 추세다.

조달 비용 느는데, 금리는 상한 막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서민대출이 막히기 시작한 것은 역마진 우려 탓이다. 금융당국은 반기마다 업권별로 중금리 대출의 금리 상한을 고시로 정한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고시안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상호금융(연 10.5%)과 저축은행(17.5%)·캐피탈(15.5%)의 민간 중금리 대출금리 상한은 법상 올릴 수 있는 최대 한도까지 올라갔다. 카드사의 중금리 대출금리 상한(연 12.14%)도 금융당국이 정한 금리 상한(13%)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상한에 막히자, 돈을 빌려줘도 수익을 낼 수 없는 곳이 늘었다. 여기에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연체율도 오르자, 건전성 우려에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은 더 높아졌다. 실제 지난 1분기 7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 합계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인터넷·카드사론 한계…“금리 상한 올려야”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이 서울 시내의 한 시장 내 식당가 앞에 설치된 은행 현금인출기(ATM)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나마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민간 중금리 대출이 최근 증가세다. 다만 저축은행과 비교해 규모가 크지 않고, 중·저신용자 중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차주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서민 금융 지원엔 다소 한계가 있다.

카드론 등으로 서민 대출 수요가 일부 해소되고 있지만, 계속 늘어날 순 없다는 점도 문제다. 높은 기준금리가 하반기에도 이어지면 카드·캐피탈 업체에서도 역마진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중·저신용자 대출 증가로 높아진 연체율은 부담이다. 실제 1분기 신한(1.37%)·삼성(1.10%)·KB국민(1.19%)·롯데(1.49%)·우리(1.35%)·하나(1.14%) 등 주요 카드사 연체율은 대부분 1%를 넘겼다.

중·저신용자 금융 지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출금리 상한을 어느 정도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정해져 있어서 중금리 대출금리 상한을 금융당국이 더 높일 수 없어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 상단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는 연체 위험이 큰 저신용자의 대출부터 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면서 “결국 이들이 제2금융권에서까지 돈을 못 빌리면, 더 높은 부담을 지고 대부업체 등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