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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 경찰 성매매 의사 없었다" 포주 무죄 내린 2심 뒤집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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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손님에게 성매매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성매매 여성을 불러 손님의 방에 들어가게 한 것만으로 성매매 알선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경기 남양주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A씨의 성매매처벌법상 성매매알선 등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에서 태국인 마사지사를 고용해 손님들과 돈을 받고 성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성매매처벌법은 성을 판매하고 구매한 것뿐 아니라, 성매매를 할 수 있게 손님과 성매매 여성을 연결해준 행위 역시 처벌한다. 1심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손님 위장 경찰관, 성매수 의사 없어 알선 아냐”

 하지만 2심을 맡은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부(부장 오원찬)는 원심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성매매 업소 단속을 위해 손님으로 위장한 순경 B씨에게 성매매 여성을 소개해준 건 ‘성매매 알선’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2심 재판부는 “위장 경찰관은 성을 실제로 매수하려는 당사자가 아니었다”며 “단속 경찰관에게 성판매 의사가 있는 접대부를 알선했더라도, 성매매알선 등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다른 손님에 대한 성매매 알선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관여한 각각의 성매매알선 행위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아 공소제기가 부적합하다”며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공소기각은 형사소송법상 공소제기가 법률을 위반해 무효일 때 내리는 판결이다.

대법 “성매매 의사 없었어도 알선죄 성립”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 사진. 지난해 7월 인천경찰청이 적발한 성매매업소 모습. 사진 인천경찰청

기사 내용과는 무관한 자료 사진. 지난해 7월 인천경찰청이 적발한 성매매업소 모습. 사진 인천경찰청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판단이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손님과 성매매 여성에게 실제로 성매매를 하려는 의사가 있었는지, 결과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졌는지는 성매매 알선죄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면서다.

대법원은 “(A씨는) 성매매업소에서 단속 경찰관과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에 이를 수 있도록 단속 경찰관을 독립된 방에 대기시키고, 상대방인 성매매 여성에게 연락해 방에 들어가게 했다”며 “성매매를 하려는 당사자들의 의사를 연결해 더 이상 알선자의 개입이 없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성매매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주선 행위를 했으므로, 당사자인 경찰관에게 성매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성매매처벌법 위반(성매매 알선 등)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검찰의 공소제기 역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유사한 범행을 일정 기간 계속해온 경우 범죄사실을 통틀어 하나의 죄로 보고 처벌하는 만큼, 검찰이 A씨의 공소장에 전체 범행 시기·방법 등을 특정해 문제가 없다는 거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범행은 (중략) 모두 동일한 죄명과 법조에 해당하는 것으로 단일하다”며 “구체적인 성매수자와 범행횟수 등이 기재되지 않았더라도 법원의 심판 대상을 한정하고 피고인에게 방어 범위를 특정해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하는 데에 지장이 없는 이상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원심판결을 맡았던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부(부장 오원찬)는 2019년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하며 판결문에 불법촬영된 피해자의 사진을 첨부해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해당 사건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고, 최종적으로 벌금 70만원형(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 명령)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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