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 조끼 입은 추미애, 임종석은 尹저격…野고참들 복귀 기지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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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정원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연합뉴스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야권 인사들이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 복귀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전남 목포 또는 해남·완도·진도에 출마를 공언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매주 1~2회씩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며 야권의 ‘대표 스피커’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이 부쩍 늘었다.

그는 지난 17일 라디오에서 전직 대통령을 예방 행보 중인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왜 여기 왔냐. 빨리 이재명 만나 손잡으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광주 지역 TV 인터뷰에선 “지난주에 먹어봤는데 (해남 지역) 막걸리가 기가 막히게 좋다. 이 막걸리를 사서 보내주고 싶다”며 두 사람의 만남을 부추겼다. 이재명 대표를 돕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출마 지역을 알리는 ‘일타쌍피’ 발언이었다.

박 전 원장이 마이크로 고공전을 벌인다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대표의 팬덤과 결합해 지상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5일 서울 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7월 전국집중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마이크를 쥐고 “촛불 지성으로 핵 파시스트, 핵폐수 동맹, 친일정권을 끝장냅시다”고 외쳤다. 이 대표 팬클럽인 '개딸' 모임의 조끼를 입은 이들이 연설에 환호하며 추미애가 적힌 현수막을 펄럭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추 전 장관은 이른바 ‘사법리스크’ 논란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사법 피해자”라고 엄호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자꾸 당대표에게 사법리스크가 있다는데, 사법리스크는 건폭 정권에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 지지자 커뮤니티에서는 “추장군의 등판은 메말랐던 우리의 개혁 염원에 단비 같은 존재” “어려운 상황에도 소신을 펼쳐가는 추미애가 한동훈보다 낫다” 같은 글이 쏟아졌다.

추미애 전 장관이 집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오마이tv 유튜브 캡처

이런 원외 고참들의 ‘친명 호소 전’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도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외부 인사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다. 주변을 통해 이야기해봐도 컨트롤이 어렵다”며 고충을 전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당내 고문격인 분들이 밖에서 떠들면 민주당의 메시지로 보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여당에선 “추 전 장관의 추한 행태에 국민은 기가 찬다”(1일 강사빈 국민의힘 부대변인) 같은 비판 논평이 나오는 중이다.

아예 친명·반명 논란을 건너뛰고 윤석열 대통령 때리기에만 열중하는 ‘올드보이’도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6월부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몽땅 윤 대통령을 겨냥하는 내용이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월성 원전 조기 폐쇄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사실이 알려진 뒤엔 “정치 보복이 아니라 스토킹이고 무차별 폭행”이라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직후엔 “미국 대통령 흉내 내지 말라”고 했고, ‘반국가세력’ 발언 논란이 일었을 땐 “어쩌다 냉전 시대 이념의 포로가 됐느냐”고 썼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