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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1번지’ 명동, 외국 쇼핑객 늘자 로드숍 오픈 줄이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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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9호 15면

부활하는 화장품 로드숍

서울 명동 거리에 있는 화장품 로드숍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명동 거리에 있는 화장품 로드숍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20일 낮 서울 중구 명동 쇼핑거리는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뒷골목은 여전히 공실이 눈에 띄었지만 화장품 브랜드의 길거리 매장인 이른바 ‘로드숍’이 들어찬 중심거리는 활기가 감돌았다. 중국인을 비롯해 동남아·일본인 관광객은 대개 화장품 쇼핑백 한두 개를 손에 든 모습이었다. 명동의 한 화장품 로드숍 직원은 “평일 낮에는 외국인 관광객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선크림·마스크팩 등은 거의 대량으로 사가고, 네일·헤어제품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진아(30)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명동을 찾았다. 김씨는 “피부에 잘 맞아서 오랫동안 사용한 제품이 있는데 집 근처에 로드숍은 모두 없어져서 사기가 어려워졌다”며 “명동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울시내에서 거의 모든 브랜드 로드숍이 모인 곳은 이제 이곳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한 로드숍 브랜드가 엔데믹과 동시에 일제히 부활하는 모습이다. 국내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코로나19 사태로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상위 10개 로드숍 브랜드 가맹점 수는 1643개로 5년 전 4282개(2017년)와 비교해 61.6% 급감했다. 아리따움·에뛰드·이니스프리 등 다수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은 로드숍 규모를 10분의 1 규모로 대폭 축소했다.

한때 700개 넘는 매장을 자랑하던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 82개까지 쪼그라들었다. 같은 시기 매출도 반토막 나며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2020년에는 명동 상권의 5개 매장 중 2개가 문을 닫았다. 중국인 관광객이 끊긴 데다 코로나19 마스크 착용 의무화로 뷰티업계 전반이 침체를 겪으면서다. 비대면 소비가 중심이 되며 로드숍과 같은 오프라인 가맹 사업은 자연스레 쇠퇴했다. 그러나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오히려 2개 매장을 추가했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명동 이외에도 연내 50개점을 더 낼 계획”이라며 “다시 로드숍을 확대하는 한편 온라인 뷰티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개 매장을 개점한 데 이어 5월 명동1번가점을 개점한 토리모리도 명동을 시작으로 부활을 꿈꾼다. 2018년 매장이 600개에 달했던 토니모리의 매장 수는 지난해 305곳으로 급감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올들어 각각 2개점과 1개점을 명동에 새로 오픈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고객이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판매 채널을 다변화·다각화 차원에서 점포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관광객이 급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브랜드도 나오고 있다. 에뛰드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3억원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전년 대비 1746%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50억원)을 1분기 만에 벌어들인 셈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83억원으로 8.8% 증가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클리오 역시 1분기 매출은 751억원, 영업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8%, 44.1% 늘었다. 색조 화장품이 주력인 클리오는 실내외 마스크 해제에 탄력을 받아 2분기에도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토니모리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7.2% 증가한 31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억원으로 13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의 1분기 매출액도 6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늘었다. 영업이익은 4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14.4%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에 에이블씨엔씨 인수 5년 만에 매각을 추진하던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한결 느긋한 모습이다. 3월 이뤄진 예비 입찰에서 5~6곳이 인수 의향을 밝혀 5월께 본입찰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업황이 개선되며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 향상이 본격화되고 있어 당초 예상한 매각가와 간극이 벌어질 것으로 본다”며 “7월에는 본입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로드숍 부활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지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가 브랜드는 백화점이, 중저가 브랜드는 CJ올리브영으로 대표되는 ‘멀티숍’(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에 흡수돼 화장품 시장이 양극화됐기 때문이다. 멀티숍이 주요 판매채널로 자리 잡으며 로드숍이 다시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올해 1분기 CJ올리브영의 매장 수는 1298개로 헬스·뷰티(H&B) 시장 점유율이 71%에 달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리브영은 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은 다양성과 접근성을 높이며 20~30대의 주요 화장품 소비 채널로 자리매김했다”며 “이미 한자리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편의성을 경험한 소비자가 한 가지 브랜드만 판매하는 로드숍으로 발길을 돌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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