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회계사 시험 준비를 시작한 성모(27)씨는 몇 달 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간 대학교식당(학식)에서 2000원이면 점심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는데 지난 3월부터 가격이 올라 5000원대 이상 메뉴만 남았기 때문이다. 성씨는 “안 그래도 저녁에는 학식이 운영되지 않아 6000원~1만원의 고정 지출이 있었는데 요즘 식대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각종 시험 응시료와 교재비, 외식 값이 오르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삼중고’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로 둔화했지만, 현장에선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 때문에 고통스러운데 이젠 밥까지 굶어가면서 공부해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취준생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건 고공비행 중인 외식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6.3% 올랐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7%)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상대적으로 밥값이 저렴한 대학가 주변에서도 국밥 한 그릇을 먹으려면 8000원~1만원을 내야 한다.
그나마 학식을 이용하는 취준생들은 주머니 사정이 낫다. 경찰공무원 준비생 이모(26)씨는 “이미 졸업을 했는데 학식을 먹으려고 학교에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며 “자취를 하고 있어 부모님 집에 갈 때마다 반찬을 얻어와 집밥을 해 먹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달에 식비만 50만~6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밥값 아끼는 방법 좀 공유 부탁드린다’는 글이 수시로 올라온다.
취준생이 반강제적으로 봐야 하는 시험 응시료 부담도 크다. 2021년 토익(TOEIC) 응시료가 4만45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인상된 데 이어 지난해 7월 토익 스피킹이 7만7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올해 1월 오픽(OPIc)이 7만81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인상됐다. 오는 10월부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료는 2만2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오른다.
내년 세무사 자격시험(1·2차)은 3만원에서 6만원으로, 관세사 시험은 1·2차 통합 2만원에서 총 6만원으로 인상된다. 국가기술자격인 감정평가사 시험은 기존 1·2차 통합 4만원이었지만 내년부턴 각각 4만원으로 총 8만원이 된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노지운(26)씨는 지난해 만족할 만한 토익 점수를 얻기 위해 두 번의 시험을 쳐 10만원에 가까운 응시료를 냈다. 내년 3월에 점수가 만료된다는 노씨는 “1회 응시비용이 5만원에 달하는데 이걸 다시 봐야 한다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학원 수강료나 교재비 부담은 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외국어학원비는 4.4%(전년 동월 대비), 출판물은 2.3% 올랐다.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안효근(25)씨는 “교재비가 비싸져서 도서관에서 대출하거나 동기들과 공동구매해 할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취준생들의 중고책·인터넷 강의 수강권 거래도 활발해졌다. 한국어능력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4)씨는 얼마 전 정가 3만6000원인 기출문제집을 중고거래 앱에서 2만8000원에 샀다. 이씨는 “어차피 시험 전 잠깐 볼 책인데 나도 필기를 하지 않고 보다가 시험 점수가 나오면 되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래 주말 알바만 하다가 생활비 부담이 커져 지난달부터 평일에 독서실 총무 알바를 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