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北송금 대가성' 알았나…'제3자 뇌물죄' 마지막 퍼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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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수사 착수 1년 2개월여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턱밑에 다다랐다. 김 전 회장의 대북 송금 사실을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구두로 보고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최근 확보하면서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최근 진술이 이 대표의 제3자 뇌물제공 혐의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화영(左), 김성태(右)

이화영(左), 김성태(右)

검찰은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본인이 아닌 제3자에게 뇌물을 제공’하게 하면 성립한다는 제3자 뇌물제공죄의 구성요건 대부분에 대한 증거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지난 1월 17일 압송된 김 전 회장과 쌍방울 관계자들은 이미 800만 달러의 조성 과정과 송금 경로 등에 대해 검찰에 구체적인 자료와 진술을 제공하며 수사에 협조해 왔다. 김 전 회장은 회삿돈 635억원을 횡령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송금해 외국환거래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경기도의 뒷받침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북한측과의 경협합의서 등이 확보됐고 쌍방울은 2019년 하반기 이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대북사업이 차질을 빚자 쌍방울그룹 각종 계열사들이 경기도 공공배달앱 사업 수주, 경기 안산시의 태양광 사업권 확보 등 정책 사업에도 참여하려고 시도했던 사실들도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청탁 의사와 관련해서도 이미 검찰에 필요한 진술들을 내놓고 있다. 대북송금의 목적에 대해 “경기도와 이재명 지사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도 있었다”거나 “(이 전 부지사가) 대북제재가 풀리면 경기도가 남북교류협력기금 등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는 식이다.

이 전 부지사의 모르쇠 때문이 검찰이 고전한 대목은 주로 이 전 부지사와 김 전 회장 사이에 오간 이같은 ‘거래’를 이 대표도 알고 용인했는지에 대한 입증이었다. 김 전 회장은 법정에서 “이 대표가 알았을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김 전 회장과 이 대표는 전화 통화 외에는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메신저 역할을 하던 이 전 부지사의 보고, 이에 대한 이 대표의 지시와 반응의 여부가 검찰에게 남은 수사의 마지막 퍼즐이었던 셈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화영의 변심…李, 대북송금 대가성 알았나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더라도 방북 비용이 이 대표를 대신해서 낸 돈이라는 것을 이 대표가 인지한 사실이 입증되면 제3자 뇌물죄 성립이 가능하다”라며 “법원은 당사자 사이의 명시적인 청탁이 없더라도 뇌물이 오간 전후 맥락, 관련자의 진술 등 정황 증거를 토대로도 묵시적 청탁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만약 이 전 부지사의 진술이 부정한 청탁에 대한 이 대표의 인식을 입증할 만큼 구체적이지 못하다면 이 대표를 이 전 부지사의 공모공동정범으로 의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전 부지사의 보고 행위와 그에 대한 이 대표의 반응이 ‘공모’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 수사 경험이 있는 한 법조인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를 대신해 경기도의 대북 정책을 주도했더라도 방북과 대북 사업 등을 도지사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허락도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보고사실을 인정하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만으로도 공모관계 입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편 이 대표는 이날 경북 안동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하는데 자꾸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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