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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승만 재평가" 뜻모은 尹 남자들…한동훈은 '홍보'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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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여 추모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이승만 초대 대통령 서거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여 추모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해 초 어느 날 저녁, 서울의 한 식당에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당시 보훈처장)이 함께 자리한 국무위원들에게 넌지시 이렇게 물었다. 박 장관은 지난해 보훈처장 취임 직후부터 줄곧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를 공개 거론하고 있던 참이었다. 박 장관은 내심 다른 국무위원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 참석자는 “이승만 대통령이 그동안 역사의 음지에 오래 있었다. 이제 빛을 볼 때가 됐다”며 ‘이승만 재평가’에 공감했다고 한다.

'이승만 재평가' 공감대 이룬 국무위원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식사 자리엔 박 장관을 비롯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특히 원희룡 장관이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원 장관은 평소 “이 전 대통령이 주도한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는 긍정과 성취의 역사로 봐야 한다”고 해왔다. 원 장관은 식사 자리에서도 “이 전 대통령 실각 이후 들어선 박정희 정권 18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의 공적이 많이 묻혀버렸다”며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서 아주 불행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은 박 장관에게 “객관적인 사료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의 공적을 다시 확인해 알릴 필요가 있다”며 ‘스티코프의 일기’를 읽어볼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 일기는 소련 육군 중장 테렌티 스티코프가 남긴 기록으로, 소련의 지시를 받은 북한 김일성이 이 전 대통령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한 과정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韓 “이승만 농지개혁, 대한민국 대전환 계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12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오른쪽),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2년 12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권영세 통일부 장관(오른쪽),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국무위원도 거들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서울 배재고(배재학당 후신) 후배인 권영세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이 걸출한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고, ‘이승만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낸 박진 장관은 “국제정치, 국제관계에서 보인 이 전 대통령의 탁월함은 정말 그 누구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이승만 재평가'엔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힘을 실었다고 한다. 또다른 식사 자리에서 한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공을 통째로 알리면 국민이 버거워 할 수도 있다. 잘 한 것부터 조금씩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박 장관에게 건넸다고 한다.

한 장관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주포럼 정책강연에 참석해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을 한국 발전의 결정적 장면으로 소개했다. 한 장관은 “농지개혁으로 만석꾼의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이병철, 최종현 회장 같은 영웅이 혁신을 실현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뀌었다. 농지개혁이 대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이승만 재평가'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엔 이처럼 여러 국무위원이 의기투합해 힘을 실어주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박민식 "자유민주주의 정체성 세운 이승만"

한편 19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58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박민식 장관은 “자유민주주의는 우리 국가의 정체성이고, 그 정체성을 세운 분이 바로 이승만 대통령”이라며 “이승만 대통령 바로 세우기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빈농과 소작농이 절대 다수였던 시대, 문맹률이 무려 90%였던 시대에 이승만은 ‘농지개혁’과 ‘의무교육’을 도입해 획기적인 ‘국민의 시대’를 열었다”며 “우리 서민들의 물질적인 토대와 정신적인 토대의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탄생 초기부터 자유 진영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추모식은 사단법인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가 주관했다. 이 전 대통령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를 비롯해 각계 인사 500여명도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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