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윤(57) KH그룹 회장의 4000억원대 배임·600억원대 횡령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김모(49) 총괄부사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김 부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현 시점에서 증거인멸 내지는 도망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또 “회사의 의사결정구조와 자금집행임원이라는 피의자의 역할, 피의자가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지 않았던 정황 등을 볼 때, 피의자의 책임 정도에 대해 향후 절차에서 (다르게) 판단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KH그룹의 자금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배 회장의 지시를 받아 약 650억원의 회삿돈을 배 회장 개인의 채무 변제나 카드 대금을 결제하는 데 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는다.
2021년 계열사 자금 약 4000억원을 동원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한 후 이를 배 회장의 차명 회사가 취득하게 함으로써 계열사들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 입찰 과정에 ‘들러리’ 업체를 내세우거나 강원도 측에서 전달받은 매각 예정가 등 비밀 정보를 이용한 혐의(입찰방해)도 있다.
여기에 김 부사장이 계열사 채무를 갚는다는 이유로 최근 2000억원에 이르는 대출을 받은 정황도 포착됐는데, 검찰은 이 돈이 배 회장의 도피 자금 등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원이 김 부사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함에 따라 배 회장의 혐의 입증에 속도를 내려던 검찰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검찰은 김 부사장을 구속한 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알펜시아 입찰 당시 강원도 측 업무를 총괄한 최문순 전 강원지사 등을 조사할 계획이었다. 최 전 지사는 지난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한 KH그룹에 입찰 금액을 암시하는 편지를 보내고, 입찰 시작 전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배 회장을 만나 입찰 정보를 흘리는 등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배 회장은 사업을 이유로 동남아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배 회장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고, 외교부 역시 배 회장의 여권을 무효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