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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로봇 문의 3배 늘었다"…최저임금 인상에 소상공인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2일 전북 완주군 구이면 한 정육식당에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서빙 로봇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 KT

지난달 22일 전북 완주군 구이면 한 정육식당에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서빙 로봇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 KT

스마트상점 기술 스타트업 ‘넥스트페이먼츠’에는 이번 주 들어 소상공인들의 전화 문의가 크게 늘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급등할 수 있다는 소식에 서빙 로봇이나 테이블 오더(자리에서 주문하는 시스템), 키오스크 등을 도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나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최근 사흘간 상담 문의가 평소의 세 배가량 된다”고 말했다.

민선홍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이날 오전에만 “서둘러 로봇팔을 도입하자”는 전화를 6통이나 받았다.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 9860원으로 인상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의 출력·복사 업체들이 인건비 절감 방안을 찾아 나선 것이다. 민 이사장은 “다음 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로봇팔 공동 구매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은 최근 인건비 상승으로 ‘로봇 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로봇 팔이 인쇄물을 제본기로 옮기는 모습.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은 최근 인건비 상승으로 ‘로봇 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로봇 팔이 인쇄물을 제본기로 옮기는 모습.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9620원)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동결’을 외쳤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인건비 부담이 가중돼 로봇 도입으로 인력을 줄이거나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관악구에서 밥집을 10년간 운영한 이규엽(65)씨는 “직원을 4명에서 1명으로 줄인 뒤 우리 부부가 힘들게 운영 중”이라며 “코로나19 이후 나아질 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오히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골목에 ‘임대’라고 붙인 가게들이 상당히 늘어나 장사가 어렵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안산에서 삼겹살 식당을 운영하는 정동관(64)씨도 “최저임금을 올려도 경기가 좋을 때 올려야지, 지금은 식당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편의점 업계에선 무인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 4개사의 무인점포(야간 무인 운영 포함)는 2019년 208곳에서 최근 3553곳으로 약 17배 늘어났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부담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대신 가족 경영을 하거나 무인점포 창업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CU가 도입한 완전 무인 편의점 ‘테크 프렌들리 CU’. 사진 BGF리테일

편의점 CU가 도입한 완전 무인 편의점 ‘테크 프렌들리 CU’. 사진 BGF리테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은 소상공인의 ‘나 홀로 경영’을 더욱 심화시켜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대폭 사라지게 하는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공연에 따르면 올 1~4월 소상공인 월평균 영업이익은 281만7000원으로, 월평균 인건비 291만원보다 적었다. 남는 것보다 많은 돈을 인건비로 쓰고 있다는 뜻이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중소기업계 역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에서 종합정비공장을 운영하는 김창웅(70)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사실상 중간 관리자와 상급 기술자 등 모두의 임금을 한꺼번에 올려야 하는 게 문제”라며 “이러면 인원 감축 말고 해답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4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연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도 최저임금 기자회견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4월 12일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연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4년도 최저임금 기자회견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1

경제단체들도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청년층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경영 상황에 대한 호소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이끌어냈지만, 업계가 절실히 원했던 동결수준을 이루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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