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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로 죽은 4살…"동거인 공범" 공소장 바뀐날 '엄마 의원' 울었다 [이슈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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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산 4세 아동학대 살해' 사건으로 기소된 동거인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부산 4세 아동학대 살해' 사건으로 기소된 동거인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뉴스1]

“피고인은 단순한 동거 관계를 넘어 피해 아동을 사실상 보호ㆍ감독하는 지위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봄 의무를 악의적으로 태만히 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지난 18일 부산지법 301호 법정. 친모가 4살 아이를 굶기고, 때려죽이는 것을 방조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동거인 A씨(20대ㆍ여) 재판에서 검찰은 “A씨를 방조가 아닌 정범(실제 범죄 행위를 한자)으로 변경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4살에 7㎏으로 죽은 아이, 동거인도 ‘공동정범’

사건은 지난해 12월 14일 부산에 있는 A씨 집에서 일어났다. A씨는 가정폭력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지인 B씨(20대ㆍ여)와 그의 딸을 2020년 9월부터 자신의 집에 살게 해줬다. A씨에게도 아이가 있다. B씨는 딸을 굶기고 폭행하는 등 학대했다. 사건 당일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던 B씨 딸은 엄마의 폭행에 의식을 잃었고, 뒤늦게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당시 4살 된 아이 몸무게는 7㎏에 불과했다. B씨에겐 지난달 1심에서 징역 35년형이 선고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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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모녀와 함께 살던 A씨도 기소됐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A씨가 B씨에게 1년 6개월간 2400여회 성매매를 강요한 정황이 드러났다. 성매매 대금 1억2000여만원은 물론 아이 앞으로 나온 양육수당까지 가로챘다는 법정 진술도 나왔다. 의지할 곳 없는 B씨를 정신ㆍ육체ㆍ경제적으로 압박했고, B씨 학대를 방조한 것은 물론 A씨가 독자적으로 아이를 유기ㆍ방기해 사건 공동정범으로 책임이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법원은 공소장 변경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음 달 8일 A씨 공판이 한 차례 더 진행된다. 이날 최후변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미애 “앙상한 아이 몸이 증거… 동거인 엄벌해야”
재판에서 드러난 친모와 동거인의 끔찍한 학대 행위는 공분을 샀다. 정치권도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인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을)은 1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공소장 변경 허가는) 당연한 판단이다. 죽은 아이의 앙상한 몸이 증거”라고 말하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의원은 부산지역 변호사로 인권 신장 활동을 하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김 의원은 “A씨는 B씨에게 인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성매매를 종용했고, 의지할 곳 없는 처지를 교묘하게 이용해 B씨를 몰아붙인 것으로 보인다. B씨가 아이를 학대하고 숨지게 한 데는 분명 A씨 직접적 책임도 크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05년부터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했다. 2013년엔 부산변회 인권위 여성아동 인권소위원장을 맡으며 아동·여성 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입양 아동을 기르고 있는 부모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A씨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B씨가 시력을 잃고 메말라가는 아이에게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단순 방조범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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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은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봐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가족이나 고용 관계가 아닌데도 ‘함께 사는 사람’ 등이 아동학대를 하는 게 부지기수다. 하지만 특례법은 ‘학대 주체’를 가족ㆍ고용 관계인 등으로 좁게 본다. A씨 사례처럼 다른 사람이 학대했을 가능성이 제기돼도 경찰이 파헤쳐 혐의를 적용(의율)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이어 “학대 주체 등 범위를 조정해 초기부터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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