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 중 지각을 일삼고, 후배에게 "내 집 가서 술상 좀 치워 달라"는 등 개인 심부름까지 시킨 여군 부사관의 정직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행정1-1부(이현석 재판장)는 A 전 중사가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4년 여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A 전 중사는 2020년 육군 모 사단에서 근무할 당시 늦게 출근하는 날이 많았다. 출근 시간이 오전 8시 30분까지인데 20~30분가량 늦게 출근하거나, 점심시간에 위병소에 도착하는 날도 있었다. A 전 중사가 지각한 날은 1년 7개월간 25차례에 달했다.
또 A 전 중사는 후배 여군 부사관들에게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기도 했다.
A 전 중사는 2020년 12월 B 하사에게 "퇴근하고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쓰레기봉투 좀 사다 줄 수 있냐"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B 하사는 "몇 L(리터)짜리 봉투가 필요하시냐"고 물었고, A 전 중사는 "100L 5장이랑 10L 10장 정도"라고 답했다. B 하사는 A 전 중사가 시킨 대로 마트에서 쓰레기봉투를 사다 줬다.
이후에도 B 하사는 A 전 중사로부터 "PX에서 음료수를 사다 달라", "성과상여금 서류를 대신 써달라"는 등의 부탁을 받았다.
2021년 1월에는 후배 C 하사에게 "아침에 아무것도 못 하고 나왔다"며 "내 집(독신자 숙소)에 가서 (술)상 좀 대충 치워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C 하사는 선배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A 전 중사의 집에 가서 혼자 술상을 치웠다.
이 밖에도 A 전 중사는 상황실 근무 때 2시간가량 자리를 비우거나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A 전 중사 "심부름 아니라 부탁한 것"
이에 A 전 중사의 소속 부대 여단장은 2021년 12월 근무지 이탈금지 의무와 성실의무 위반으로 그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A 전 중사는 이 징계로 인해 현역 부적합 심사에 넘겨져 전역 처분을 받았다.
그는 곧바로 여단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의 근거가 된 정직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전 중사는 "(지각의) 근거가 된 위병소 출입 기록은 잘못 작성돼 믿기 어렵다"면서 "물건을 사다 달라고 한 행위는 심부름이 아니라 부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독신자 숙소를 치워달라고 한 날은 당직 근무가 예정돼 있었다"며 "전날 같이 마신 술상을 간단히 치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 "'정직 3개월' 징계, 양정 기준 부합"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출근하기 위해 부대 위병소에 도착하면 병사가 신원을 확인한 뒤 보고하고 지휘통제실 근무자가 출입 시간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이라며 "시간 오류가 생길 여지가 적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후배들에게 대신하게 했고 심지어 물건 구매와 술상 치우기 등 사적 심부름도 시켰다"며 "나중에 자신의 숙소에 가서 해도 되는데도 후배에게 술상을 치우라고 시킨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고가 받은 정직 3개월은 육군 규정인 징계양정 기준에 부합한다"며 "원고의 비위는 군부대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기를 저하하는 행위여서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