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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당정 "실업급여, 오래 일하면 더 주고 자꾸 받으면 덜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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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과 정부가 실업급여(구직급여) 개편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일률적으로 주던 실업급여를 이원화해 오래 일했던 사람일수록 더 주고, 반복적으로 받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줄이는 게 큰 골자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관계자는 1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기 근속자와 저소득층 등 실업급여가 절실한 사람에게는 혜택을 강화해 진짜 일하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며 “여·야·정이 함께 현장간담회를 열어 합의점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권은 10년 이상 장기 근속자가 실직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급 기간을 현재 각각 140일(50세 미만), 270일(50세 이상)에서 최대 170일, 300일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2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의 실업급여 최대 수급기간(270일)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짧다고 지적했는데, 이같은 지적을 반영해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노인·장애인 등 당장 생계가 어려운 저임금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받을 땐 실업급여 비율 자체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실업급여 수급자는 본인이 받는 평균임금의 60%를 받고 있는데, 저임금자의 경우 평균임금의 70% 이상으로 수급기준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당초 당에서는 저소득층 실업급여 수급자에게 최대 2개월 간 추가로 지급하는 ‘개별연장급여’ 수준을 높이는 방안도 논의됐었다. 그러나 개별연장급여 지급 기간이 짧고, 지난해 수급자가 800명 수준밖에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실업급여 비율을 높이는 식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 시민들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당정은 실업급여의 당근뿐 아니라 채찍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실업급여 반복수급자에 대해선 반복 횟수에 따라 지급비율을 삭감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5년간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수급한 사람은 2018년 8만2284명에서 지난해 10만2321명으로 4년 만에 24.4% 늘었다. 또 같은 사업장에서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며 총 24회에 걸쳐 9126만원을 받은 반복 수급한 사람도 있었다.

국민의힘은 5년 이내 구직급여를 2회 이상 지급받을 경우 급여일과 액수를 단계적으로 줄여 최종적으로는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당초 문재인 정부에서도 고용노동부가 5년간 ▶3회 수급시 10% ▶4회 수급시 25% ▶5회 수급시 40% ▶6회 이상 수급시 50%를 각각 감액하는 안을 내놨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당정은 실업급여 하한액 인하 또는 폐지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최저임금(시급 9620원)을 받고 주 40시간을 일하면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제외하고 180만4339원의 월급을 받는데, 실업급여 하한액은 이보다 4만2701원 많은 184만7040원이다. OECD도 한국의 실업급여 하한액이 높아 근로의욕이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국민의힘은 또 조선족과 중국인이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외국인 실업급여 제도의 실태파악에도 나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총 1만2107명의 외국인이 실업급여를 탔는데, 이 가운데 6938명(55.8%)이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었고 1506명(14%)은 중국인이었다. 중국 출신이 70%에 육박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낸 외국인 총 28만3284명 가운데 한국계 중국인은 8만9041명(33.6%), 중국인은 2만1866명(7.7%)으로 중국 출신은 40%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사이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여권이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이슈인 실업급여 제도 개편에 드라이브를 거는 건 고용보험 기금이 이제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용보험기금 적립액은 6조3379억원 수준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예수금 약 10조3000억원을 제외하면 약 4조원이 적자였다. 여권에선 “문재인 정부에서 2019년 실업급여를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올리고, 지급 기간도 기존 90~240일에서 120~270일로 늘렸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업급여 수급자가 급증한 것이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만, 실업급여 개편이 첨예한 이해 갈등을 불러올 수 있을 만큼 여권은 신중하게 이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12일 ‘실업급여 제도 개선을 위한 당정 공청회’에서 나온 “달콤한 ‘시럽급여’”(박대출 정책위의장), “실업급여로 해외 여행을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서울지방고용노동청 담당자)는 발언으로 당정은 이미 곤욕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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