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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우회 ‘50년 만기 주담대’… 4억 빌리면 이자만 7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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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아파트 구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윤기주(35) 씨는 주택담보대출 50년 만기 상품이 출시됐다는 소식에 고민이 더 늘었다. 50년 만기 대출을 받을 경우 당초 생각한 30년 만기 상품과 견줘 다달이 내는 원리금은 줄고, 대출 한도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만기가 너무 길다는 게 걸림돌이다. 윤씨는 “여러 장점이 있기는 한데, 여든 중반까지 빚을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을 도입하고 있다. 대출금 한도를 늘리면서 월 이자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주택 실수요자에게 50년 만기 상품은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에 돈을 갚아야 하는 기간이 그만큼 늘어나는 데다, 은행에 내는 누적 이자 규모도 크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5일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혼합형)의 대출 한도를 50년으로 연장했다.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시중은행 중 처음이다. 하나은행도 지난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최장 기간을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변경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지난 14일부터 KB주택담보대출 등의 만기를 최장 50년까지 늘렸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은 그간 정책 금융상품 위주로 공급됐다. 그랬던 것이 최근 시중은행들도 속속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도입 배경으로 은행들은 “대출 기간 확대를 통한 고객의 금융 부담 완화”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실제 만기가 긴 상품을 고르면 당장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 규모는 줄어든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4억원을 연 5.2% 금리로 빌린 후 거치 기간 없이 원리금 균등상환한다고 가정해보자. 30년 만기 시 월 원리금 상환액은 219만6444원이지만, 50년 만기 시 월 상환액은 187만3250원으로 줄어든다. 만기를 연장하면 돈을 더 빌릴 수도 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이자 부담은 커진다. 위에 언급한 조건으로 계산 시 대출자가 부담해야 할 총 이자액은 만기 30년의 경우 3억9071만9669원인데, 50년 만기 상품의 경우 7억2395만25원으로 불어난다.

은행들은 ‘여유 있는 상환 기간 제공’을 강조하지만 만기 50년이라는 기간은 소비자의 선택을 멈칫하게 할 수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중도 상환해 빚을 빨리 갚을 수도 있지만, 과거처럼 주택 가격이 오른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평생 빚에 묶일 수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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