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고백땐 문제 안삼는다" 기업에 전면공개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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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일반 정치자금과 보험성 정치자금에 대한 2일 노무현 대통령의 '사면' 발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가능한 일이며, 이러한 언급의 배경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선관위 신고 없이 정치자금을 제공한 기업인은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적용됐고, 청탁성이 드러나면 뇌물공여죄 등으로 처벌돼왔다.

청와대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은 3일 이 중 뇌물공여죄를 제외한 보험금 성격의 정치자금에 한해선 "현행 법체계에서 (사면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文수석은 "앞으로 국민의 공감대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文수석의 발언은 현행법(사면법)에 의한 특별사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사면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특별사면이나 감형을 통해 잔여 형기의 집행을 면하게 할 수 있다. 물론 盧대통령의 발언은 이렇게 형이 확정된 이후의 상황을 언급하는 게 아니라 검찰조사 단계에서의 관대한 조치를 뜻하는 '정치적 사면'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어느 경우든 盧대통령의 기업인 사면 발언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여론을 의식,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는 듯이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발언의도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사실 盧대통령이 제안한 대선자금 전면 공개가 이뤄지려면 돈을 준 쪽의 수사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한편으론 사면으로 기업의 자진고백을 유도하고 한편으론 압박을 가하려는 데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날 文수석이 사면의 전제로 언급한 '국민의 공감대'도 결국 기업이 정치권에 건넨 자금의 전모를 공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여권 내에선 "수사협조가 안 되는 기업에 대해선 비자금 전반으로까지 수사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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