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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2대 굴리던 그놈들…서울서 280채 깡통전세 돌린 일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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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일당이 탄 포르쉐들. 사진 울산경찰청

전세사기 일당이 탄 포르쉐들. 사진 울산경찰청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서 이른바 '깡통전세'를 돌려 거액을 챙긴 사기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울산경찰청은 18일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91명을 붙잡아 주범인 20대 A씨 등 20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세 사기로 310억 가로채 
A씨 등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등 수도권 빌라·오피스텔 280여채를 이용해 전세 사기를 저질러 모두 31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조직폭력배·공인중개사 보조원·대출 브로커 등으로 이뤄진 이들은 계획적으로 빌라·오피스텔을 '깡통전세'로 만들었다. 먼저 카카오톡 배포, 주변 소개 등으로 허위매수인 즉 바지를 모집했다. 사례금 1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을 내걸고, '실투자금 0원. 추후 시세차익 기대' '불장' '무조건 오른다' 같은 홍보 문구를 이용해서다.

전세사기 일당의 제트스키. 사진 울산경찰청

전세사기 일당의 제트스키. 사진 울산경찰청

이렇게 허위매수인이 차례로 모이면 A씨 등은 수도권 매매 물량 중 빌라·오피스텔을 찾았다. 이중 잘 팔리지 않고, 시세를 일반인이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곳을 분류했다. 재개발 예정이라는 말이 나도는 곳이나, 신축 건물이 많은 동네를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곤 실제 건물 매도인에게 "빨리 팔아주겠다. 대신 실거래가보다 30% 이상 높게 매매계약(UP 계약)서를 작성해달라"면서 접근했다. 범행이 이뤄질 당시 부동산은 세금 등 사회적 문제로 매매보다는 전세 같은 임대를 선호하는 게 분위기였다. 매매는 많고 전세 물량은 부족했다는 의미다.

이들 일당은 이런 사회 분위기를 적절하게 이용, 허위매수인을 내세워 빌라·오피스텔을 실계약도록 했다. 계약이 이뤄지는 과정에 들어가면 곧바로 건물 세입자를 찾았다. 이런 방식으로 서울 강서구 2억 원짜리 빌라를 세입자에게 보증금 2억5000만원을 받아 건물 매도인에게 2억원을 주고, 5000만원을 중간에서 챙기는 등 280여채의 빌라·오피스텔을 매입하고 세입자를 찾아 돈을 가로챘다. 또 일부 빌라·오피스텔은 1억원에서 1억5000만원까지 건물과 허위매수인 명의로 은행 대출을 받기도 했다. 경찰 측은 "일당 중에 감정평가사도 포함돼 있어 세입자들이 자신이 입주한 곳의 실제 가치를 제대로 알아채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전세 사기 일당이 내건 허위매도인 모집 홍보문구. 사진 울산경찰청

전세 사기 일당이 내건 허위매도인 모집 홍보문구. 사진 울산경찰청

세입자, 보증금 못받아 
깡통전세 피해는 세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름뿐인 가짜 건물주만 남게 되면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지 못했다. 특히 세입자 중 27명은 나이 등 문제로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깡통전세' 피해에 대한 구제를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 등은 범죄수익금으로 포르쉐를 타고 다니고, 제트스키를 즐기는 등 호화생활을 했다"며 "깡통전세를 끌어안은 허위매수인은 대부분 무직이거나 식당 종업원, 주점 직원 등으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내줄 능력이 안 되는 사람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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