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까지 물차는 수십억 새 아파트…지하주차장 본 교수 혀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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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내린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난 GS건설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사진 독자

11일 내린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난 GS건설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 프레지던스'. 사진 독자

요즘 입주한 지 5년 안팎 된 새 아파트에서 침수 피해가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건설사들이 아파트 고급화 추세에 따라 지하 공간을 크게 확장했지만 이에 맞는 배수 시설은 제대로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지난 2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최근 한 달 새 두 차례나 침수 피해가 났다. 지난 6월엔 지하주차장 바닥이 흥건할 정도로 빗물이 들어왔고, 지난 11일엔 단지 보행로 등 곳곳에 물이 발목까지 차올랐다. GS건설이 지은 이 아파트는 3375가구의 대단지로, 시세는 평형별로 20억~43억원이다.

이런 강남의 신축 아파트에서 연거푸 물난리가 나자 입주민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주말 찾은 개포자이는 단지 곳곳에서 물 빼는 배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 입주민은 “새 아파트에서 비 피해가 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큰비가 오면 주차장에 또 빗물이 차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주말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에서 배수 작업이 한창인 모습. 박지은 인턴기자

지난 주말 '개포자이 프레지던스'에서 배수 작업이 한창인 모습. 박지은 인턴기자

이 아파트뿐 아니라 같은 날인 11일 서울 동작구 ‘흑석자이’, 인천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대우건설) 등에서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두 곳 모두 최근 입주를 시작한 대단지 아파트로 지하주차장, 복도, 계단 등에 빗물이 흘러내렸다. 지난해엔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삼성물산) 지하주차장에 물이 찼고, 서울 송파구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롯데건설) 지하주차장도 일부 침수됐다.

“지하주차장 확장 추세…배수 시설은 보강 뒷전”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새 아파트 침수 사고에 대해 지하주차장 확장 영향이 크다고 지목했다. 조 교수는 “이번에 침수가 난 아파트 모두 저지대 지역이 아니다”며 “요즘 아파트들은 지하를 깊게 파서 땅 지형이 오목해지고 물이 고일 가능성이 큰데 배수 시설은 그만큼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다 보니 지하주차장 침수가 빈번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포자이 현장을 다녀왔다는 그는 “배수로 간격이 좁아 물 빠짐이 수월해 보이지 않았다”며 “당초 설계·시공 단계에서 아파트 주변 지형과 물 흐름을 파악해 배수 시설을 치밀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하 공간은 용적률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깊고, 넓게 조성하는 추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고급 아파트일수록 가구당 주차 공간을 2대 이상 배치해야 하고, 커뮤니티 시설도 지상에 지으면 용적률 손해가 있어 지하에 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인천 서구 백석동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지하주차장 일부도 물에 잠겼다. SNS 캡처

지난 11일 인천 서구 백석동 ‘검암역 로열파크시티 푸르지오’ 지하주차장 일부도 물에 잠겼다. SNS 캡처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저지대로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목동 아파트 일대도 빗물저장 탱크를 조성해 비 피해가 이제 거의 없다”며 “빗물저장시설을 설치하는 아파트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요즘 새 아파트에선 침수뿐 아니라 균열·붕괴 사고도 잇따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짓던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일부 층이 무너져 내려 인부 6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가 났고, 불과 1년여 만인 지난 4월 GS건설의 인천 검단신도시 ‘안단테 자이’ 공사 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밖에도 아파트 내·외벽 일부가 떨어져 철근이 드러나는 등 크고 작은 균열 사고가 입주민 커뮤니티 카페에 속속 올라오고 있다.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가 지난달 인천시 서구 검단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현장을 살피고 있다. 뉴스1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가 지난달 인천시 서구 검단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현장을 살피고 있다. 뉴스1

새 아파트서 안전 사고도 빈번…“비용 절감 부작용”

전문가들은 안전 사건·사고가 빈번해지는 데 대해 몇 년간 지속된 철근·콘크리트 등 원자잿값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비용 절감을 우선시한 게 부실시공으로 이어졌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도시정비사업의 경우 대형 건설사가 수주하면 협력업체 등에 하청을 주고 한정된 공사 비용 내에서 토건·골조 공사 등을 진행한다.

박성준 대한건축사협회 부회장은 “1군 건설사가 사업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설계 및 하청업체는 1군 건설사의 공사비 절감 오더에 맞춰 공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안형준 교수는 “하청업체도 자체 이윤을 남기기 위해 설계대로 공사를 안 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사고가 나면 책임은 시공사가 오롯이 지는데 앞으론 참여한 전문건설업체 명단도 공개해야 경각심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또한 이런 사고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등 전문 인력이 줄어든 영향이 있고, 건설노조 등의 파업으로 아파트 공사가 지연돼 공기를 맞추기 위해 서둘러 공사한 현장이 많은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2021년 7월 입주한 강남구 일원동의 ‘디에이치자이개포’(현대건설 시공)의 경우 엘리베이터에서 굉음이 나고, 로비의 대리석이 떨어지고, 일부 집 내부에 물이 차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는데 이 아파트는 파업 등으로 두 달 간 공사가 중단됐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시공능력 순위 10위권 건설사 중 최근 3년(2020∼2022년)간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가장 많은 사건이 접수된 곳은 GS건설(573건)이었다. 하심위에 신청되는 하자심사, 분쟁조정 건수 등을 합산한 것이다. 2위는 376건이 접수된 HDC현대산업개발이었고, 대우건설(295건), 롯데건설(229건), 현대건설(203건) 순이었다. GS건설은 상위 10개 건설사 평균(205건)보다 2.7배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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