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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석의 용과 천리마] 북한 내 친중파 약진은 무얼 말하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뉴시스】2019.06.22. 북한을 공식 국빈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21일 평양 우의탑을 찾아 꽃바구니를 진정했다고,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019.06.22. 북한을 공식 국빈방문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21일 평양 우의탑을 찾아 꽃바구니를 진정했다고, 노동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photo@newsis.com

지난 6월 28일 평양에서 큰 행사가 있었다. 조중우의탑의 내부 개선 공사를 완공하는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에는 북한 측을 대표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주창일 노동당 선전선동부장, 임경재 도시경영상 등이 참석했다. 중국 측을 대표해서는 왕야쥔 주북한 중국 대사가 동참했다.

조중우의탑은 1959년 10월 25일 세워졌다. 중국인민지원군이 1958년 완전히 철수한 지 1년 뒤다. 북한은 왜 10월 25일 이 탑을 세웠을까? 그날은 1950년 10월 19일 압록강을 건너 6‧25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이 평안북도 운산군 지역에서 UN군과 처음 교전한 날이다.

또한 10월 25일은 중국인민지원군이 철군을 마무리한 날이기도 하다. 양융 중국인민지원군 사령관은 1958년 10월 25일 철군하면서 “8년 전의 오늘은 바로 우리 군이 항미원조전쟁의 서막을 여는 전쟁 전야였지만, 오늘 우리는 조국(중국) 인민이 우리에게 부탁한 사명을 완수하고 조국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김일성은 중국인민지원군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조중우의탑을 건립했다. 평양시 모란봉 기슭에 있는 조중우의탑은 1958년 2월 방북한 저우언라이와 김일성이 함께 답사하면서 장소를 선정했다. 이 탑은 10월 25일을 상징해 1025개의 화강석과 대리석을 다듬어 만들었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평양을 방문하면 이곳을 찾아 헌화한다.

이번 기념식에서 임경재 북한 도시경영상은 “이 탑은 김일성 주석이 제안해 세웠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4년 10월 개‧증축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안해 내부를 새롭게 단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역대 수령들이 북‧중 우의를 대대로 이어가는 것을 중시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번에 조중우의탑의 내부 공사는 주로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과 전후 재건 과정에 참여한 사진‧회화‧글 등 전시자료를 재구성해 완공했다.

북한은 조중우의탑의 내부를 새롭게 리모델링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조국해방전쟁승리(1953년 7월 27일)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을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일(전승절)이라고 부른다. 김정은이 현재 북‧중 관계에 관한 관심이 어떤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 그가 기댈 사람은 싫으나 좋으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밖에 없다. 시진핑과 코드를 맞춰야 어떤 과정이든 다음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은 왜 기념식을 정전협정 체결일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겼을까?

7월 27일 즈음해 기념식을 진행해도 된다. 굳이 6월 28일 진행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북한은 최근 6월을 북‧중 관계에서 특별한 달이라고 강조했다. 문성혁 북한 노동당 국제부 부부장은 지난 6월 20일 주북한 중국 대사관을 찾았다. 왕야쥔 주북한 대사에게 왜 6월이 특별한 달인 지를 설명했다. 문성혁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3년 6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6월 베이징을 방문했다. 그리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평양을 찾았다”며 “따라서 6월은 북‧중 관계에서 특별한 달”이라고 강조했다.

문성혁이 근무하는 북한 노동당 국제부는 외무성보다 대중국 외교에서 더 중요한 부서다. ‘정부간 외교’보다 ‘정당간 외교’를 중시하는 북‧중 관계에서 노동당 국제부가 중국과 더 깊숙한 얘기를 나눈다. 노동당 국제부의 파트너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다. 왕야쥔 대사가 대외연락부 부부장을 역임하고 평양에 왔다. 따라서 문성혁-왕야쥔은 다른 누구와의 만남보다 깊고 실질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다.

문성혁이 6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과 북‧중 우호의 증인이자 상징인 조중우의탑의 기념식을 6월 28일에 맞춘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둘째,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70주년이라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중우의탑의 기념행사를 같은 시기에 하는 것보다 분리해 서둘러 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김정은은 대내 결속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중되는 경제난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군사정찰위성의 실패마저 고백했다. 김정은에게는 반전이 절박하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조중우의탑의 기념행사는 서둘러 진행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셋째, 북한 내부 친중파의 약진이다. 북한의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하면 친중파에 좋은 기회다. 대표적인 친중파 인사는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조용원 당 조직비서‧김성남 당 국제부장‧주창일 당 선전선동부장‧임경재 도시경영상‧김민섭 국방성 부상 등이다. 이들은 현재 북한 내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에게 북‧중 관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현재 북한은 외교적으로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국과 관련된 일이 최우선이다. 바그너그룹 프리고진의 지난 6월 23일 ‘1일 천하’가 끝나면서 북한은 더 중국에 가까이 갈 수밖에 없게 됐다. 러시아가 북한을 생각할 여력이 더 없어진 것이다. 따라서 북한 내부에서 친중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조중우의탑의 기념행사가 서둘렀다고 볼 수 있다.

북‧중 관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김정은이 원하는 방향은 아니지만, 국내외적 상황이 그렇게 몰고 가고 있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에 일말의 기대마저 접은 것 같다. 오직 내년 미국 대선만 쳐다보고 있다.

내년에 당선될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바람을 들어줄지 미지수다. 조중우의탑의 기념행사를 서두르는 북한을 보면서 과거의 외교 패턴을 반복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과감하게 방향 전환을 하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텐데. 김정은이 초심으로 다시 돌아가 미국과 손잡기를 기대해 본다.

고수석 국민대 겸임교수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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