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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린 테니스 세대교체…‘20세 황제’ 알카라스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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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윔블던 남자 단식을 제패한 후 트로피에 입 맞추는 알카라스. 지난해 US오픈에 이어 메이저 대회 2승째를 신고했다. [AFP=연합뉴스]

윔블던 남자 단식을 제패한 후 트로피에 입 맞추는 알카라스. 지난해 US오픈에 이어 메이저 대회 2승째를 신고했다. [AFP=연합뉴스]

“새 시대가 열렸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7일(한국시간) 약관의 카를로스 알카라스(세계랭킹 1위·스페인)가 ‘살아있는 전설’ 노박 조코비치(36·세계 2위·세르비아)를 무너뜨리고 윔블던 테니스 대회 우승을 차지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표현을 썼다.

알카라스는 이날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끝난 2023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4시간 42분의 대혈투 끝에 조코비치에 3-2(1-6, 7-6〈8-6〉, 6-1, 3-6, 6-4)로 역전승을 거뒀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5연패와 함께 통산 8번째 우승을 노리던 최강자였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알카라스는 이날 승리로 메이저 2승을 기록하게 됐다. 우승 상금은 235만 파운드(약 39억원). 데일리 메일은 “알카라스의 기량은 마치 신인 시절의 마이크 타이슨처럼 힘이 넘치고 화려했다”고 칭찬했다.

알카라스는 이날 우승을 확정한 뒤 코트에 드러누워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알카라스는 “마침내 꿈이 현실이 됐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기뻐했다. 그는 또 “태어나면서부터 조코비치(2003년 데뷔)의 경기를 봤다. 그는 내게 영감을 준 사람”이라면서 “지난 10년간 센터코트에서 무패였던 최강 조코비치를 꺾은 내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윔블던 남자 단식을 제패한 알카라스. [AFP=연합뉴스]

윔블던 남자 단식을 제패한 알카라스. [AFP=연합뉴스]

알카라스의 윔블던 우승은 조코비치(메이저 23승)와 ‘흙신’ 라파엘 나달(37·스페인),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가 지난 20년간 이끌어온 ‘빅3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 상징적 사건이다. 메이저 20승의 페더러는 지난해 은퇴했고, 22승의 나달도 내년 은퇴를 예고했다. 빅3에 들진 못했지만, 이들 못잖은 실력을 갖춘 앤디 머리(36·영국·메이저 3승)도 하락세다. 4명 중 유일하게 조코비치만 전성기 못잖은 실력을 뽐냈는데 이날 윔블던 무대에서 알카라스에 패한 것이다. 윔블던에서 (앤디 머리를 포함한) ‘빅4’가 아닌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2년 레이턴 휴잇(은퇴·호주) 이후 21년 만이다. 뉴욕 타임스는 “신구 세대 간의 전쟁에서 알카라스가 승리했다”고 평했다.

2018년 프로에 데뷔한 알카라스는 18세이던 2021년 처음으로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US오픈 우승과 함께 역대 최연소(19세 5개월)로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미완’이었다. 하드 코트에서는 7승, 클레이 코트에서는 3승을 거두며 펄펄 날았지만, 유독 잔디 코트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잔디 위 공의 궤적과 스피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훈련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혔다. 그 결과 지난달 윔블던 전초전 격으로 열린 퀸스 클럽 신치 챔피언십에서 생애 처음으로 잔디 코트 우승을 차지했다. 승부처에서 흔들리던 모습도 고쳤다. 알카라스는 지난달 프랑스오픈 준결승 도중 근육 경련을 일으켜 조코비치에게 1-3으로 완패했다. 긴장으로 몸이 굳은 탓에 경기를 망친 것이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심리학 박사와 상담하면서 멘털을 가다듬었다. 결승전을 앞두고는 마인드 컨트롤 방법까지 배웠다.

2003년 이후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자

2003년 이후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자

조코비치는 이날 달라진 알카라스의 공격을 받아내느라 여러 차례 코트에 나뒹굴었다. 그는 5세트 도중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라켓을 네트 기둥에 내리치며 분풀이를 했다. 오히려 평정심을 유지한 쪽은 알카라스였다.

조코비치는 “잔디 코트에서 알카라스에 밀릴 줄은 몰랐다. 그의 적응 능력과 발전 속도가 무섭다”고 칭찬했다. 그는 또 “알카라스는 나달의 수비 능력·투쟁심과 함께 나의 강점인 슬라이딩 백핸드 능력까지 겸비했다”면서 “이런 선수는 20년 만에 처음 본다. (빅3의 강점을 모두 가진) 완벽한 선수”고 말했다.

알카라스의 도전은 계속된다. 오는 8월 28일 개막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한편 영국의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 등과 배우 브래드 피트, 대니얼 크레이그, 휴 잭맨, 엠마 왓슨,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이날 경기장을 찾아 명승부를 지켜봤다.

카를로스 알카라스

◦ 생년월일: 2003년 5월 5일(20세)
◦ 국적: 스페인 ◦ 체격: 1m83㎝, 74㎏
◦ 세계랭킹: 1위 ◦ 프로 데뷔: 2018년
◦ 플레이 스타일: 오른손, 투핸드 백핸드
◦ 메이저 우승: 2022 US오픈, 2023 윔블던
◦ 별명: 테니스 천재, 차세대 테니스 왕
◦ 롤모델: 라파엘 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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