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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염증, 우울증까지 부른다" 국내 연구팀 세계 첫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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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우울증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우울증 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 수준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울증과 염증 유전자 간 관련성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첫 우울증·염증 유전자 상관관계 규명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한규만 교수, 건국대학교 신찬영 교수, 한동대학교 안태진 교수 공동연구팀은 19∼64세 우울증 환자 350명과 정상 대조군 161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유전자 변화를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연구진은 우울증과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에서 염증 조절 경로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한 다음 이런 연구에 착수했다. 최근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뇌의 기능적 이상을 만들어 우울증 발병의 취약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연구 결과 우울증 환자군은 정상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염증 조절에 관련된 유전자의 ‘DNA 메틸화’ 정도에 변화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는 우울증 동물실험과 일치하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DNA에 일어나는 화학적 변형인 DNA 메틸화는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고 조절한다. 주로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는데, 우울증 환자라면 메틸화에 생긴 변화로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뇌를 비롯한 체내 염증 상태가 심해질 수 있고,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에 구조적 이상을 일으켜 우울증을 유발한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우울증 환자와 정상 대조군의 대뇌 피질 두께 차이를 비교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에서 염증 유전자의 DNA 메틸화 정도가 증가할수록 전두엽 부위의 대뇌 피질 두께가 감소해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한규만 교수. 사진 고려대 안암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한규만 교수. 사진 고려대 안암병원

함병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우울증뿐만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라며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취약성을 평가하는 바이오 마커(생체 표지자)로 활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규만 교수는 “연구를 통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위험도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게 됐다”라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우울증 발병 위험도가 높은 사람을 조기에 발견해 예방·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정신면역연구학회 저널인 ‘뇌·행동·면역(Brain, Behavior, and Immunity)’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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