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을 침공해도 일본의 자위대가 즉각 참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일본의 군 관계자들이 최근 1년 넘게 대만을 둘러싼 전쟁 상황을 가정하고 양측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지만, 일본의 동참 계획에 대한 확답을 미국이 받지 못했다면서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유사시 대만 인근 해역의 중국 잠수함을 잡아내는 역할 등에 일본이 기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일본은 구체적인 답변을 미루고 있다. 매체는 정통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 계획은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의 무력 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중요한 계획 중의 하나”라고 전했다. 일본은 대만 섬에서 최소 113km 떨어진 가장 가까운 나라인 데다, 남쪽 오키나와 섬에는 미군 5만 4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선 일본의 군사적 도움이 필수적인 셈이다.
WSJ은 그러나 “일본은 대만 분쟁에 휘말릴 경우, 중국의 우방국인 러시아나 북한으로부터 본토 공격을 받거나 최악의 시나리오로 핵 공격을 받는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일본을 직접 참전시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실제 핵으로 공격받은 유일한 나라인 만큼 이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본 내 여론도 주변국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극도로 반대한다. 이 때문에 일본 지도층은 대만과 관련한 분쟁에서 일본의 역할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모리 사토루 도쿄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는 WSJ에 “대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 의향이 있냐는 질문을 던지면 현재 일본 국민의 90%가 ‘아니오’라고 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초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가상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미국이 일본과 호주 등 동맹국의 지원을 받을 경우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미군 기지인 일본을 공격해 ‘대만판 진주만’ 사건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일본이 참전하면서 일본의 고성능 잠수함들이 대만 상륙을 시도하는 중국군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는 중국이 주일 미군기지를 공격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미국은 일본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일 내부 회의에 정통한 소식통은 WSJ에 “관련 회의에서 미국과 일본은 물자 공급 경로, 미사일 발사장, 난민 대피 계획 등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 후방 지원이 가능하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앞서 2021년 아소 다로(麻生 太郎) 당시 부총리는 “대만을 둘러싼 전쟁은 일본의 생존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적이 있다. 일본 방위대신 정무관을 지낸 마쓰카와 루이 참의원도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가능하다면 함께 싸울 것”이라면서도 “일본이 최전선에 서는 모양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 최근 증강하는 중국의 군사력에 대응해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확보하는 등 국방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최근 오키나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공격 받을 위험을 줄이기 위해 군사 억제력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연장 선상에서 작년 말 일본 정부는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끌어 올리기 위해 향후 5년에 걸쳐 약 60% 증액할 예정이다. 일본은 대외적으로 이를 “방어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시기 안보법을 개정, 자위대가 다른 나라의 유사시에 개입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도 명문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