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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美·유엔 싸잡아 비난…"우리 건드린 대가 가볍지 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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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가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가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사흘만에 ‘말폭탄’ 도발을 재개했다.

김여정은 14일 조선중앙통신으로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정당방위권”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이 우리를 건드린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여정은 지난 10ㆍ11일엔 미군 정찰기가 영공 또는 배타적경제수역(EEZ)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며 격추를 시사하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선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공개 비난했다. 그는 “유엔안보리는 조선반도 지역에서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증대시키는 미국의 범죄적 기도를 외면한 채 우리의 자위권 행사만을 일방적으로 걸고드는 공개회의를 또다시 벌렸다”며 “스스로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도륙내는 대결기구, 미국과 서방에 완전히 엎어진 신냉전기구라는 것을 유감없이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13일 이후 석 달여 만이다.뉴스1

북한이 지난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13일 이후 석 달여 만이다.뉴스1

북한의 ICBM 도발 등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에 대해서도 “구태의연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비법적인 명분”이라며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우리의 정당방위권 행사를 또다시 문제시 한 안보리의 불공정하고 편견적 처사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며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했다.

김여정은 이어 미국이 한반도와 동북아에 긴장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적반하장’식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미국이)핵잠수함, 핵전략폭격기를 비롯한 핵전략자산을 동원해 침략적 성격이 명백한 (한ㆍ미)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는다”며 “핵전쟁기구인 ‘미국ㆍ남조선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ㆍNCG)의 가동과 함께 40여년만에 처음 전략핵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진입시키려는 미국의 군사적 도발은 전체 동북아 지역 나라들의 안전에 대한 가장 직접적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전날인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13일 이후 석 달여 만이다.  뉴스1

북한이 전날인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것은 지난 4월13일 이후 석 달여 만이다. 뉴스1

김여정은 그러면서 “사상 초유의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그 책임은 미국의 편역을 들면서 우리 국가의 정당방위권 행사를 무작정 결박하려고 든 유엔안보리가 지게될 것”이라며 핵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또 “미국은 조선반도에 대한 전략자산 전개의 가시성 증대와 더불어 공화국의 대응성 행동방식과 범위도 보다 자유분방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정비례 대응’ 원칙을 재차 천명하며 “나는 매우 상서롭지 않은 일들이 미국을 기다리리라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위협했다.

정대진 원주한라대 교수는 “유엔을 미국과 동일시하면서 ICBM 발사에 대한 정당성을 강변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오는 18일 NCG 첫 회의와 8월 한ㆍ미 연합훈련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도발의 명분을 미리 만들려는 포석이자, 한ㆍ미 대응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낸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된 13일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F16, 우리 공군의 F-15K와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뉴스1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된 13일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F16, 우리 공군의 F-15K와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앞서 북한은 13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김성 주유엔 대사가 발언권을 얻어 “미국이 한반도에 40년만에 핵무기를 다시 배치하려 한다”는 거짓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북한 대표가 안보리 회의에 출석해 발언한 것은 2017년 12월 이후 6년만이다.

김 대사의 거짓 주장에 대해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즉각 “안보리 권위를 전면 배격하는 한 회원국(북한)이 터무니없는 선전선동을 퍼뜨릴 기회를 얻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유엔의)북한 비핵화 의지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보다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맞받아쳤다. 황 대사는 이어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공식 회의를 재개해야 한다”며 북한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인권 문제의 공론화를 요청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는 또다시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한 중국ㆍ러시아에 가로막혀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거라는 불가능한 상황을 요구해왔다"며 "그러나 자신들의 이러한 요구가 먹히지 않고 오히려 군사적 위협이 커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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