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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근거 대고 뜬금 과거사…野 방일, 당서도 "뭐하러 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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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무소속 방일 의원단이 시위하는 모습. 사진 의원단

민주당, 무소속 방일 의원단이 시위하는 모습. 사진 의원단

더불어민주당·무소속 의원 10명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저지하겠다며 나선 2박 3일 방일 일정이 12일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에 도착한 의원단은 “해양 투기를 당장 중단하라”는 구호를 재차 외쳤다. 의원단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관저와 일본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현지 좌파정당·반핵단체 인사를 분주히 만났지만, 외려 무지(無知)와 불신(不信)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방일 첫날 ‘사요나라 원전’ 교류회 행사에서 “제가 판사, 법무부 장관을 했기 때문에 법률적 측면에서 핵폐기물 방출 기준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줄곧 펼쳐온 논리대로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런던 협약에 따른 런던 의정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정당화할 근거로는 “부산환경운동연합이 도쿄전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런던 협약은 해양 오염 방지 의무를 규정하면서도, 3개의 부속서를 통해 예외적으로 방류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를 마련해뒀다. 전면적으로 해양 투기가 금지되는 건 고준위 핵폐기물에 한한다. 저준위·중 준위 핵폐기물은 사전 특별허가를 필요로 하는 ‘부속서 2’의 규제를 받는데, 여기에도 “절대 금지 목록에 포함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권고에 따른 허가가 있는 경우 해양 투기가 가능하다”고 적시돼있다. IAEA가 환경적 유해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인정했으니, 방류의 위법성을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

과학에 박식함을 강조하는 이들은 일본에서 과거사만 소환했다. 의사 출신 이용빈 의원은 지난 10일 출발하기 직전 국회 앞 농성에서 “한·일 양 국민이 만든 연대의 장에서 국가 폭력에 맞서 정의와 민주주의를 지켰던 광주 정신이 겹쳐진다”고 말했다. 생물학 전공자 양이원영 의원은 12일 총리 관저 앞 시위 중 마이크를 쥐고 “더운 여름을 겪으니 70여년 전 원폭 투하된 그 기념일이 떠오른다. 핵무기에 의한 엄청난 피해를 기억한다”고 외쳤다. 의원들은 피켓과 깃발을 들고 “위안부에 사죄는커녕 핵 오염수 방류 웬 말이냐!” 구호를 보탰다. 양이 의원은 현지 기자단과 만나서도 “(해양 방류는) ‘과학이다, 아니다’ 이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일본까지 찾아가고도 과학적 반박 대신 역사를 들춘 이유를 12일 외신기자회견장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의원단 단장을 맡은 위성곤 의원은 ‘야당에 자문해주는 과학자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국내에서 원자력 연구소와 그에 포함된 분들과 당에 자문해주시는 교수님 통해 받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이름은 꺼내지 못 했다. 윤재갑 의원은 “국내에 우려를 표하는 과학자가 많이 있는데, 아직 조직화하지 않은 부분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무소속 방일 의원단이 시위하는 모습. 의원단 제공

민주당, 무소속 방일 의원단이 시위하는 모습. 의원단 제공

당내에서도 “거리에 나서는 건 시민단체 역할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상임위원회에서 정부·여당에 질타하든, 법안 발의를 하든 문제를 해결할 공식적인 시스템이 얼마든지 있는데, 일본까지 가서 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직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외국까지 나가 투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명분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일본에서 시민단체식 반일(反日) 캠페인을 벌인 사이, 어민과 수산업자의 신음은 더 깊어지고 있다. 한국연안어업인 중앙연합회 유병서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부산 해운대에서 일본 라면 봉지 하나 발견된 적이 없는데, 왜 대한민국 공당이 먼저 나서 제주 앞바다에 핵폭탄 하나 떨어질 것처럼 불안을 부추기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오염수 방류는 결국 할 거라면 정치권의 역할은 우리 바다와 수산물은 여전히 깨끗하다고 안심을 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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