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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혔던 독립운동가 발굴…박환, 40년 역사가의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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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박환 교수(왼쪽에서 둘째)가 천안시 노마만리에서 방문객들에게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박환]

박환 교수(왼쪽에서 둘째)가 천안시 노마만리에서 방문객들에게 전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박환]

40년 간 한국 독립운동사를 연구해 온 박환(65) 수원대 사학과 교수가 다음 달 정년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학문 여정을 돌아보는 전시를 열었다. 지난 4일부터 충남 천안시 복합문화공간 노마만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환, 역사가의 길’이다.

전시장에선 박 교수의 첫 책인 『만주한인민족운동사연구』(1991)부터 최신작 『100년을 이어온 역사가의 길』까지 저서 50여 권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역 별로는 만주·러시아·중앙아시아·한국을, 시대 별로는 구한말부터 한국전쟁기까지 다룬다. 박 교수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간의 연구 활동을 “대륙의 잊힌 혁명가 발굴과 부활”로 요약하며 “러시아와 만주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사 연구의 개척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역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독립운동가의 일생을 탐구해왔다. 역사학자들조차 최재형이 누구인지 몰랐던 1990년대에 구소련을 누비며 연해주에서 항일운동을 펼친 최재형의 흔적과 기록을 발굴했다. 2003년에는 경기도 화성 지역의 독립운동가 수형 카드를 입수해 화성 3·1 운동을 주도한 36인의 사진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방산 비리인 ‘국민 방위군 사건’을 세상에 알린 것도 그다. 국민 방위군 사건은 1951년 1·4 후퇴 시기 국민 방위군 간부들이 방위군 예산 중 약 25억원의 국고금과 물자를 착복해 식량을 지급 받지 못한 방위군 수만 명이 아사하거나 병사한 사건이다.

전시를 통해 4대째 역사가 집안인 그의 가족 이야기도 전한다. 박 교수의 조부인 고(故) 박장현씨는 식민 시대의 역사학자였다. 선친 고(故) 박영석씨는 건국대 사학과 교수와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다. 박 교수의 형제들과 자녀들도 역사를 전공했다. 그가 대학·대학원 학생 시절 썼던 한국사 강의 노트와 논문 초고, 현장을 답사하면서 남긴 메모, 모스크바 레닌 도서관을 이용할 때 썼던 열람증,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회장을 맡았던 한국민족운동사학회의 연구 학술지 ‘한국민족운동사연구’ 자료 등도 전시된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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