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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바꾼 지질시대 담긴 캐나다 호수…'인류세' 표본지로 선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4월 1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밀턴 인근 크로포드 호수 보존 지역에서 연구진이 호수 바닥의 퇴적층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월 12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밀턴 인근 크로포드 호수 보존 지역에서 연구진이 호수 바닥의 퇴적층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과학자들이 인류가 지구 환경을 바꿔놓은 지질시대를 뜻하는 ‘인류세’가 가장 잘 드러난 장소를 선정했다.

CNN은 11일(현지시간) 35명의 지질학자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 그룹(AWG)이 투표를 통해 9개 후보지 중 크로퍼드 호수를 인류세를 대표하는 지층인 ‘국제표준층서구역’으로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는 인간의 활동이 세상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켰는지를 반영하기 위한 개념으로,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제안해 학계에 확산됐다.

크뤼천은 인류의 과도한 산업화와 핵 개발, 광석 채굴과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지구환경이 새로운 지질시대에 들어섰다며 이를 ‘인류세’로 명명하자고 제안했다. 46억년 역사의 시간 범위는 대(eon)-기(era)-세(epoch)-절(age) 순으로 분류된다. 현재는 약 1만 1700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이후부터 이어지고 있는 ‘홀로세(Holocene)’인데, 이제 홀로세를 끝내고 ‘인류세’에 들어선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AWG는 2016년 인류세의 시작점을 핵무기 실험이 시작된 1950년쯤으로 잡기로 정하고, 지난해 말 인류세 단위를 홀로세와 같은 ‘세’(로 규정할지, 홀로세에 속한 ‘절’로 규정할지를 놓고 투표했다.

AWG 위원장 콜린 워터스 영국 레스터대 명예 교수는 “80억명의 인구가 모두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 결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새로운 지구의 상태로 진입했으며 이는 새로운 지질 시대로 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표본지 후보로는 ▶일본 규슈섬 벳푸만 해양 퇴적물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 호수 진흙층 ▶호주 플린더스 산호해 산호 ▶발트해 고틀란드 분지 해양 퇴적물 ▶남극 팔머 빙핵 얼음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빌호 퇴적층 ▶중국 지린성 쓰하이룽완 호수 진흙 ▶폴란드 수데테스산맥 늪지 토탄 ▶멕시코만 웨스트 플라워가든 뱅크 산호 등이 올랐다.

워터스 교수는 이중 크로퍼드 호수의 퇴적물이 ‘인류세’의 화학적 시작점을 특히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12일 연구진이 크로퍼드 호수에서 수집한 퇴적물의 층을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월 12일 연구진이 크로퍼드 호수에서 수집한 퇴적물의 층을 가리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크로퍼드 호수는 면적이 2.4헥타르로 작은 호수이지만 깊이는 24m에 달한다. 크로퍼드 호수의 퇴적물에는 플루토늄과 같은 핵폭탄 실험의 화학적 흔적이 발견됐다.

하지만 크로퍼드 호수를 표본지로 선택한 게 ‘인류세’ 개념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니다.

AWG는 국제층서위원회(ICS) 산하 제4기층서 소위원회에 인류세를 공식화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소위원회에서 60%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인류세는 ICS로 넘어가 투표에 부쳐지고, 여기서도 60% 이상의 찬성표를 받으면 비준을 위한 절차를 받을 수 있다.

인류세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년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나올 전망이다.

인류세 인정을 두고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워터스 교수도 인류세를 공식화할 근거가 강력하다면서도, 새로운 지질 시대를 명명하는 것은 “매우 보수적인 과정”이라며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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