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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었으니 이쯤 합시다”…윔블던에만 있는 1박2일 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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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밤 10시 30분을 넘겨 경기가 중단되자 코트를 떠나는 조코비치(가운데). [AP=연합뉴스]

밤 10시 30분을 넘겨 경기가 중단되자 코트를 떠나는 조코비치(가운데). [AP=연합뉴스]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16강전이 열린 1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 코트.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36·세계랭킹 2위·세르비아)와 후베르트 후르카치(26·세계 18위·폴란드)의 경기를 앞두고 두 선수가 몸을 푸는데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조코비치가 1, 2세트를 따내 2-0으로 앞선 것으로 표시됐다. 기계 오작동이나 관계자의 실수가 아니었다.

이날 경기는 이틀에 걸쳐 이어진 ‘1박2일 매치’였다. 조코비치와 후르카치의 16강전은 전날인 9일 열렸는데 앞선 두 경기가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으로 이어지면서 현지 시간으로 오후 8시 가까이 돼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조코비치가 후르카치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0의 리드를 잡았을 때는 벌써 오후 10시 35분이었다. 그러자 심판은 경기를 중단하고, 이튿날 경기 속개를 선언했다.

심판이 경기를 멈춘 것은 일명 ‘윔블던 커퓨(curfew·통금시간)’로 불리는 독특한 대회 운영시간 제한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은 4대 메이저 대회 중 윔블던에만 있다. 윔블던 규정에 따르면 밤 11시 이후에는 지역 주민의 불편을 줄이고자 경기를 하지 않는다. 센터 코트는 2009년 조명과 지붕을 설치해 야간 경기가 가능하지만, 늦은 시간 강한 LED 조명과 소음으로 인한 주민 주거권 침해를 우려한 지방자치단체와 윔블던을 주최하는 올잉글랜드클럽의 합의로 심야 시간에는 경기를 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도입됐다. 현장을 찾은 팬들의 안전한 귀가를 독려하는 목적도 있다. 경기장 주변 대중교통은 오후 11시 전후로 운행이 종료된다. 미국 CNN은 “주거 지역에 지어진 경기장에서 국제 대회를 치르면서 생긴 룰”이라고 설명했다.

이튿날 재개된 경기에서 조코비치는 후르카치에게 3세트를 내주는 등 혈투 끝에 3-1(7-6〈8-6〉, 7-6〈8-6〉, 5-7, 6-4)로 승리했다. 조코비치는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른 뒤 “경기를 정오에 시작하면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체력 부담을 호소했다. 현재 센터 코트 경기는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하는데 이를 앞당기면 모든 경기가 오후 11시 이전에 끝날 것이란 뜻이다.

하지만 주최 측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올잉글랜드클럽 샐리 볼턴 회장은 “지금은 경기 시간을 앞당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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