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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세 완화한다는데…‘결혼자금’ 콕 집어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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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모(40)씨는 2019년 서울 송파구의 신혼집을 전세금 5억5000만원에 구했다. 이씨 부부가 결혼 전까지 직장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은 1억5000만원가량. 나머지 4억원 중 2억원은 대출을 받았다. 모자라는 2억원은 양가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증여세를 물지 않고 부모한테 물려받을 수 있는 돈이 5000만원이라, 양가에게 각각 5000만원씩 지원 받은 것으로 처리했다. 남는 1억원은 신고하지 않았다. 이씨는 “주변에서 부모님께 도움을 받은 다음 증여세를 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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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혼부부 증여세 공제 한도 상향을 검토하는 가운데 과세 ‘그물망’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 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청년층을 고려해 제도를 손질하더라도 탈세 수단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모·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자녀·손주 등 직계비속에게 10년간 최대 5000만원(성인 자녀 기준)까지 비과세 증여할 수 있도록 한 공제 한도를 늘리는 방안이 검토 되고 있다. 혼인신고 전후 2년간 이뤄진 결혼자금 증여분을 일정 금액까지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공제해주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혼인신고 전 1년~신고 후 1년 사이 전세 보증금, 주택구매자금 등을 부모로부터 지원 받는 경우 일정 금액까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관건은 어디까지를 ‘단순 증여’가 아닌 ‘결혼자금’으로 볼지 가려내는 것이다. 기존에도 부모로부터 주택구매 자금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를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2억~3억원 수준까지 자금은 출처 조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뒤늦게 증여세 탈루가 드러나더라도 차용증을 쓰는 등 과세를 피해갈 수 있다는 맹점도 있다.

기재부는 일단 결혼과 가까운 시기에 발생하는 금전 거래에 주목할 예정이다. 증여의 가장 큰 목적이 신혼집 마련인 만큼 주택 매수 혹은 전세 계약 시기에 목돈을 지원받는 경우 결혼자금으로 볼 수 있을지 등 구체적인 기준을 검토 중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증여세 공제와 관련해 혼인신고한 날짜부터 몇 개월 이내라거나, 주택 구매·전세 계약에 보탰다거나 하는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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