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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싫은 행안부, 받기싫은 금융위…새마을금고 고객만 분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가 감독체계 개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 분야 전문성이 떨어지는 행정안전부가 새마을금고를 감독하면서, 연체율 상승 등 경영 부실을 방치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야당은 새마을금고 감독권을 금융위원회에 넘기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감독권 개편 주체인 행안부와 금융위원회 모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실제 제도 개편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가 ‘직접 감독’, 법 개정 추진

서울 시내의 한 새마을금고 모습.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새마을금고 모습. 뉴스1

10일 국회에 따르면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인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인 홍성국 의원은 빠르면 이번 주 내로 감독권을 행안부에서 금융위로 넘기는 내용의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회 행안위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법 개정안을 오는 9월까지 낼 방침이다.

홍 의원 등이 준비하는 개정법률 초안은 금융위에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사업에 대한 ‘직접 감독 및 감독에 필요한 명령’ 권한을 준다. 현재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하고 신용·공제사업은 행안부와 금융위가 ‘협의 감독’하게 돼 있다. 행안부 요청 없이는 금융위가 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도 행안부의 요청이 있으면 새마을금고에 대해 검사만 지원하고, 단독 검사나 행안부 위탁 검사는 할 수 없다.

기존 은행권은 물론 다른 상호금융사와 비교해도 새마을금고에 대한 금융당국의 권한은 약하다. 농협·수협·산림조합은 각각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산림청 및 시·도지사가 포괄적으로 감독하지만, 신용사업은 금융위가 직접 건전성 감독을 하고 있다. 또 이들에 대한 검사도 금감원이 담당한다. 신협은 모든 감독권을 금융위가 가지고 있고, 검사도 금감원에서 맡고 있다.

감독권 차이로 규제 사각지대

이런 감독권 차이에, 새마을금고만 다른 금융사와 비교해 건전성 규제를 약하게 받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상호금융권의 업종별 여신한도 규정이다. 2021년 금융위는 상호금융의 부동산·건설업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해 사업자·법인·부동산·건설업 대출을 각각 총대출의 3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대출 합계는 50% 이하)을 도입했다.

하지만 금융위 감독을 받지 않는 새마을금고는 규제에서 빠졌고, 최근에서야 따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여파에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중심으로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급격히 올랐다. 실제 올해 1분기 기준 새마을금고 법인대출 연체율은 9.9%로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또 유동성 비율 규제에서도 새마을금고는 다른 상호금융사보다 느슨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인 예대율도 새마을금고(100% 이하)만 다른 상호금융사(80~100%)와 비교해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새마을금고는 대출금 총액이(직전사업연도말 기준) 200억원 미만이면 아예 예대율 적용을 받지 않는다. 외부감사도 신협과 수협은 자산 300억원 이상이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자산 500억원 이상만 대상이다.

주무부처 다른 상호금융, 금소법에서도 빠져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건전성 규제는 물론 소비자 보호에서도 감독권 차이로 인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행 중인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은 규제·감독기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새마을금고는 물론 농협·수협·산림조합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상호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담당하는 신협만 적용 대상이다.

금소법은 소비자 보호 규정이 업권별로 달라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에 ‘동일 기능·동일 규제’ 관점에서 도입됐다. 금융사에 6대 판매규제(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 준수·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과장광고 금지)를 부여하고 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 및 위법계약 해지권 등을 보장하는 법이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상호금융사들은 주무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규제차익부터 해소해야”

새마을금고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제도 변경이 쉽지는 않다. 감독권을 넘겨야 하는 행안부와 이를 받아야 하는 금융위 모두 감독권 변경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건전성 관리가 강한 금융위가 감독을 맡으면, 새마을금고의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본다. 비영리법인인 새마을금고에 영리법인인 은행과 같이 강한 건전성 규제를 하면 서민 대출 등이 축소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행안부가 새마을금고가 가진 지역 조직과 영향력을 포기하지 못해, 감독권을 넘기지 않으려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금융위는 새마을금고 감독을 맡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실을 우려한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안 좋은 상황에서 새마을금고를 맡았을 때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과 뒷수습만 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감독권을 가져온다고 해도 행안부가 그에 맞는 인력과 조직을 우리에게 주겠나”라고 토로했다.

감독권 개편 문제를 당장 마무리 짓지 못하더라도 규제 차이로 생기는 사각지대는 일단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전성 관련 규제차익이 발생하면 풍선효과로 특정 상호금융사에 자산포트폴리오 쏠림이 생겨 신용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자산 건전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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