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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스레드와 트위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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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영선 기자 중앙일보 팀장
전영선 K엔터팀장

전영선 K엔터팀장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가 새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s·실, 타래)를 선보이고 하루 만에 가입자 7000만 명을 확보했다. 역대 애플리케이션 중 가장 빠른 증가세다. 스레드의 1차 목표는 ‘트위터 죽이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수한 뒤 소송과 구조조정으로 난항을 겪는 트위터의 자리를 대신할 참이다.

초기 버전이긴 하지만 스레드의 핵심 기능(짧은 텍스트 기반 실시간 소식 공유)은 트위터의 판박이다. ‘복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월간활성이용자(MAU) 20억 명에 달하는 인스타그램에 연동돼 있어 트위터(MAU 3억6000만 명)를 무난하게 따라잡을 전망이다. 출시 전 머스크와 설전을 벌이며 신상품 홍보를 톡톡히 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10억 명이 공개적으로 대화를 나눌 앱이 필요하다”며 스레드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한국에선 트위터의 인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미국에선 여론 주도층이 사용하면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머스크가 가져간 뒤 사용자 불만이 폭발한 트위터를 보면 메타가 이 시장까지 손에 넣을 기회를 노릴 만한 상황이었다. 초반 흥행에 고무된 저커버그가 ‘스레드는 잡음 적은 사회 공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일반 사용자도 스레드의 효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미 깔아둔 소셜미디어만으로도 시간은 부족하니 하나 더 추가할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스레드 출시 3일째인 9일 현재, 가장 뜨거운 주제는 저커버그와 머스크, 두 거물의 격투 가능성이 만들어낸 다양한 밈(짤방)이다.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웬디스는 “그(머스크)를 진짜 열받게 하려면 우주에 가면 된다”는 스레드 멘션으로 ‘좋아요’ 6만여개를 받아냈다. 머스크의 우주 탐사 계획을 비꼰 것이다. 저커버그까지 눈물 흘리며 웃는 이모지로 화답했다. 한국에서도 유명인들이 가세해 ‘쓰팔로우언스’(스레드 인플루언서)와 같은 조어 양산이 한창이다.

이쯤에선 트위터의 최대 단점을 상기할 수밖에 없다. 단문에서 단문으로 이어지는 소통은 싸우거나 농담할 때 잘 맞는다. 하지만 이견을 좁히는 덴 거의 쓸모가 없다. 복잡한 문제를 압축하면서, 최대한 독해야 멀리 가기 때문이다. 스레드는 아무래도 이 약점까지 복제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