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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런 만난 中경제부총리 "국가안보 일반화, 경제에 이롭지 않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재닛 옐런(왼쪽) 미국 재무장관이 허리펑(오른쪽) 중국 경제부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재닛 옐런(왼쪽) 미국 재무장관이 허리펑(오른쪽) 중국 경제부총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허리펑(何立峰) 중국 경제 부총리가 중국을 찾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지난 8일 회담에서 “국가안보의 일반화(泛化)는 정상적인 경제와 무역 왕래에 이롭지 않다”며 미국의 중국 제재를 문제삼았다.

전날까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쑤(江蘇)성 시찰을 수행해 베이징을 비웠던 허 부총리는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회담과 이어진 만찬에서 경제 현안을 광범하게 논의했다. 회담 후 중국 측은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제재와 제한 조치의 우려를 표시했고, 중·미 양측은 글로벌 도전에 대응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으며 양국은 계속 교류와 상호 활동을 유지하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향후 회담 형식이나 일정을 발표하지는 못했다.

中 유감 표명…정찰풍선 충돌 일단락 

허 부총리는 이날 지난 2월 발생한 정찰풍선 사건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취재진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이례적으로 “유감스럽게도 우발 사건으로 중·미 양국 정상의 합의를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가 발끈했던 정찰풍선 사건을 놓고 중국 측이 ‘의도하지 않은 일’이라고 공개 발표했다는 점에서 양국간 정찰풍선 충돌 사태는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는 11월 시진핑 주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기에 앞서 중국 측이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단 중국 측은 회담 후 “깊고 솔직하며 실무적인 교류를 진행했고, 회담은 건설적이었다”라고만 발표했다. 회담이 구체적인 합의 없이 입장차를 확인했을 때 중국이 쓰는 외교적 표현이다. 옐런 장관도 “회담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이었으며 생산적이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9일 오전 베이징 미국 대사관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 오전 베이징 미국 대사관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中 전문가 “옐런 방중은 중요한 신호” 

그럼에도 중국은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에 어느 정도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리청웨이(李成威) 중국재정과학연구원 글로벌리스크 거버넌스연구센터 연구원은 CC-TV 산하의 SNS인 ‘위위안탄톈(玉淵譚天)’과 인터뷰에서 “기업이 가장 원하는 바는 투자와 발전 환경의 안정이자 안정된 전망이며 가장 우려하는 바는 불확실성”이라며 “미국이 자국 기업에 신뢰를 주려면 미·중 관계를 더 악화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리 연구원은 “옐런 장관의 방중은 그 자체가 중요한 신호”라며 “중·미 양국의 소통 채널이 가동되면서 양국이 리스크를 관리하고, 갈등을 통제하며, 양국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을 시도하고 있어 이는 기업이 안정적인 예측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을 찾아 미국 싱크탱크와 학계를 두루 접촉했던 쉬부(徐步)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원장은 관영 중신사(中新社)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고 있지만 세계 절대 다수의 국가가 미국을 따르지 않고 있어, 미국이 압박과 동시에 대화와 협력을 더욱 추구하는 동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장관들의 연이은 중국 방문이, 양국 사이의 문제가 완화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양자 관계가 희극적으로 개선된다는 의미도 아니다”라며 “미·중 모두 새로운 양자 관계를 모색하는 배경에서 어떻게 하면 공존의 길을 찾을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8일 재닛 옐런(가운데) 미 재무장관이 베이징에서 중국 여성 경제학자와 경제인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 재닛 옐런(가운데) 미 재무장관이 베이징에서 중국 여성 경제학자와 경제인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옐런 “中 정부와 이견이 中 국민과 갈등 아냐”

한편 지난 8일 옐런 장관이 중국 여성 경제학자와 가진 오찬에서 “분명히 말하지만 미국과 중국 정부 사이에 이견이 있지만, 이것이 중국 국민과 갈등은 아니다”라며 미·중 민간 우호를 강조했다고 미국 재무부가 발표했다.

8일 오찬을 함께한 재닛 옐런(왼쪽) 미 재무장관이 류첸(오른쪽) 이코노미스트그룹 중화권 전무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류첸 트위터 캡쳐

8일 오찬을 함께한 재닛 옐런(왼쪽) 미 재무장관이 류첸(오른쪽) 이코노미스트그룹 중화권 전무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류첸 트위터 캡쳐

또 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8일 오찬에서 중국 여성들이 직장에서 더 많은 지도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부가 힘쓸 것을 촉구했다. 오찬에 참석했던 류첸(劉倩)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의 중화권 전무는 “오랫동안 노동·거시·학문·정책에서 옐런 장관의 업적을 존경해왔다”며 “그는 매우 지적이며 믿기 힘들 정도로 우아하고 영감을 주는 롤 모델”이라는 소감을 트위터에 올렸다. 미 국무부는 오찬 참석자 명단을 발표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 네티즌은 옐런 장관의 발언이 이간책이라며 반발했다. 중국 네티즌들이 올린 글에 따르면 류첸 전무 외에도 중국의 유명 SF 소설가 하오징팡(郝景芳), 진리췬(金立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은행장의 딸인 진커위(金刻羽) 런던 정경대 교수 등이 참가했다. 애국주의 성향의 일부 중국 네티즌은 “미국은 고기를 먹으면서 중국인에게는 국물조차 못 먹게 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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