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지만 다른 연인 만나자" 前뉴욕시장 부부 낯선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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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더 이상 사랑스럽지 않나요?” 

약 두 달 전, 전 뉴욕 시장 빌 드블라지오(62)는 여느 토요일처럼 브루클린의 집에서 함께 TV를 보던 아내 셜레인 맥크레이(68)에게 문득 이렇게 물었다.

이날부터 드블라지오 부부는 근 한 달 동안 토론을 이어갔다. 부부의 결론은 이렇다. "함께 살지만 다른 연인을 만나자." 

두 사람을 3시간 동안 인터뷰 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뉴욕타임스(NYT)는 “전 뉴욕 시장 부부가 이혼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서로 다른 사람과 데이트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전 뉴욕 시장 빌 드블라지오와 아내 셜레인 맥크레이. 사진 포브스 공식 트위터 캡처

전 뉴욕 시장 빌 드블라지오와 아내 셜레인 맥크레이. 사진 포브스 공식 트위터 캡처

드블라지오 부부의 결정은 한국인에겐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부부의 세계’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부 유럽에선 새로운 부부의 형태로 종종 소개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도 2년 전 남성잡지 GQ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인 배우 제이다 핀켓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에게 결혼은 감옥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신뢰와 자유를 줬다”고 말했다. 윌과 제이다는 ‘부부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그들만의 새로운 관계를 열었다고 한다.

미국에선 이런 관계를 ‘오픈 메리지(open marriage)’라고 한다. 서로 의무와 책임을 지는 배우자는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사랑도 허용한다는 뜻이다.

윌 스미스와 제이다 핀켓. 로이터=연합뉴스

윌 스미스와 제이다 핀켓.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NBC는 "드블라지오 부부도 '오픈 메리지'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부부가 이렇게 결정하던 날 밤 부엌에서 아내 맥크레이가 “당신, 우리를 속이지 마”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고 한다. 남편 빌도 “당신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끼지. 당신은 이런 방식으로 살고 싶지 않을 거야”라고 답했다.

20대가 된 두 자녀가 있는 드블라지오 부부는 29년 전 결혼 당시에도 미국 사회를 놀라게 했다.

왼쪽부터 남편 드블라지오. 아내 맥크레이. 아들 단테 드블라지오. 딸 키아라 드블라지오. 사진 The G-Listed 공식 트위터 캡처.

왼쪽부터 남편 드블라지오. 아내 맥크레이. 아들 단테 드블라지오. 딸 키아라 드블라지오. 사진 The G-Listed 공식 트위터 캡처.

최초의 흑인 뉴욕시장인 데이비드 딘킨스 아래에서 일하던 두 사람은 1991년 만났다. 당시 빌은 부시장 보좌관, 맥크레이는 시장 연설비서관이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3년의 연애 끝의 ‘사내 결혼’보다 더 파격적이었던 건 부부의 서로 다른 피부색이었다. 백인 남성 빌과 흑인 여성 맥크레이의 결혼은 상당한 파장을 낳았다.

빌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우리는 지하철에서 놀림 받았고, 숙소에 함께 들어갈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종차별에 맞서며 쌓은 진보의 정치적 자산 덕에 그는 2014년 109대 뉴욕 시장에 당선됐다. 4년 뒤엔 재선에 성공했다.
드블라지오 부부의 사례는 미국 사회에서 늘어나는 뉴 노멀(New Normal)의 결혼 형태에 해당한다고 야후 재팬은 분석했다.

이들 부부의 선택은 '이혼 대국' 미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기준 미국에선 결혼한 부부의 절반이, 재혼 부부는 67%가 이혼한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야후재팬은 "드블라지오 부부가 흑백 결혼에 이어 '새로운 사랑의 모양새'를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NYT 기사가 나간 뒤 몰려든 취재진 카메라 앞에서 맥크레이는 "큰 변화다. 우리에게 로맨스(romance)는 끝났을지 모르지만 아직 사랑(love)이 있다"라며 웃었다.

이웃 주민들은 NBC에 “부부가 결혼의 새 장을 열었다”, “우리는 그들이 이 곳에서 영원히 함께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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