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레바논 장관 장례식, 반 시리아 집회 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민 게마옐 레바논 전 대통령(맨 오른쪽)이 23일 고향 비크파야에서 아들의 관 뒤에서 걷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수천명의 군중들이 베이루트의 순교자 광장에서 故 피에르 게마옐(34) 레바논 산업 장관 장례식에 모였다. 군중들은 헤즈볼라와 시리아에 저항하자는 게마옐 지지자들의 연설에 환호했다.

탁월한 기독교 정치 가문에서 태어난 촉망받는 각료였던 게마옐은 지난 21일 베이루트의 자신의 차 안에서 암살당했다.

그의 반 시리아 동지들은 깃발을 흔드는 군중들에게 자신들은 레바논 친 서방 정부를 무너뜨리려는 헤즈볼라가 아니며 자신들이 레바논의 진정한 다수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아민 게마옐 前 대통령은 아들의 죽음에 대해 지난 2005년 2월 라피트 하리리 전 총리 암살 사건에 이은 두번째 군중 봉기의 시작이라고 불렀다.

게마옐은 베이루트의 성 조지 성당에서 거행된 장례식에서 군중들에게 '라피크 하리리의 순교는 독립 봉기에 불을 지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두번째 독립 봉기를 시작해야 하며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대까지 결코 중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친 시리아파인 에밀 라후드 레바논 대통령을 언급하며 '변화는 새 대통령 선출로 꼭대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아는 지난해 하리리 암살이후 철수할 때까지 지난 30년간 레바논을 무력 및 정치력으로 독점해 왔다. 하리리 암살 이후 시리아 군 철수는 일명 '세다 혁명'(Cedar Revolution)이라 불린다.

유엔 조사관들은 하리리 암살이 시리아 및 친시리아파와 관련지었으나 시리아는 하리리 및 게마옐 암살 사건에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故 피에르 게마옐의 모친 조이스 게마옐(오른쪽)이 23일 장례식에서 게마옐의 부인 패트리샤를 위로하고 있다.
추모객들이 23일 베이루트에서 암살당한 故 피에르 게마옐 산업 장관 장례식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23일 레바논 정부의 게마옐 암살 사건 조사에 대한 포우드 시니오라 총리의 유엔 조사 협조 요청을 승인했다. 유엔은 하리리 암살 사건에서 레바논 정부의 수사에 협조한 바 있다.

레바논에서는 2년도 못 되는 기간 동안 5명의 반 시리아 정치인과 기자들이 암살당했다.

아민 게마옐은 아들의 죽음으로 모든 레바논의 정치적 암살 사건에 대한 국제 재판 개최가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지난 주 헤즈볼라는 시니오라 정부에서 국제 재판을 반대하는 4명의 장관을 사퇴시켰다.

게마옐은 아들의 암살 배후에 시리아가 있을 것으로 의심한다고 말했으나 증거는 없다. 레바논 의회 다수파 지도자인 하리리의 아들 사드 등 또다른 반 시리아 정치인들은 게마옐 산업 장관 암살에 대해 시리아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사드 하리리는 방탄 조끼를 입은 채 순교자 광장에 모인 군중들에게 '헤즈볼라 지지자들은 상상을 떠나 진실로 돌아오라'고 연설했다.

'국가적 단결은 무기보다 강하고 그들의 범죄보다 강하며 그들의 테러리즘보다 강하다'고 그는 말했다.

드루즈 지도자 왈리드 점블라트와 점블라트의 측근이자 레바논 통신 장관인 마르완 하마데 등도 연설했다. 라피크 하리리 총리 시절 경제 장관을 역임한 하마데는 지난 2004년 10월 차량 폭탄 테러로 운전사가 사망하고 자신도 크게 다쳤다.

게마옐의 한 친척이 고향 비크파야의 집에서 게마옐 관 앞에서 울고 있다. 올해 34세인 게마옐은 촉망받는 기독교 정치가문 출신이었다.

관메는 사람들과 추모객들이 게마옐의 당기로 덮힌 관을 선조들의 고향 비크파야에서 베이루트 성당으로 옮겼다.

교회 맨 앞줄에는 시니오라 총리 , 아무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 친 시리아계 의회 의장 나비흐 베리 등이 앉았다. 아민 게마옐은 자리에 앉기전 무사와 시니오라와 키스로 인사했으나 베리와는 하지 않았다.

마르 나스랄라 부트로스 추기경은 장례식을 거행하면서 이 암살을 '처벌의 두려움을 모르는 것처럼 대낮에 군중들이 모인 장소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감히 저지른 뻔뻔스런 행위'라고 말했다.

오전 6시 수천명의 레바논인들이 모인 가운데 거행된 장례식에서 친 시리아계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은 야유를, 반 시리아계 정치인들은 환호를 받았다.

미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시리아 정부가 게마옐 암살에 관련있다고 말하지 않았으나 부시 대통령은 전면 조사를 촉구하고 안보리가 하리리 사건관련 국제 재판을 조속히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BEIRUT, Lebanon (CNN)/김양희(JOINS)

◇ 원문보기 / 이 페이지와 관련한 문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