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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가 몰려온다" 韓바다도 피바람…3m 넘는 식인상어 공포

중앙일보

입력

난폭한 성격으로 식인상어로 불리는 백상아리. EPA=연합뉴스

난폭한 성격으로 식인상어로 불리는 백상아리. EPA=연합뉴스

영화 '죠스' 유명 상어...동해서 발견

지난달 23일 오전 7시30분쯤 강원 속초시 장사항 2.7㎞ 해상에서 죽은 상어 한 마리가 발견됐다. 이 상어 길이는 1.95m, 둘레 95㎝로 확인 결과 사람을 공격할 수 있는 ‘백상아리’였다. 백상아리는 영화 ‘죠스(Jaws)’로 유명한 상어다. 최대 몸길이가 6.5m 내외로 상어 가운데 가장 난폭한 종으로 ‘식인상어’로도 불린다.

그런가하면 지난달 14일 오전 11시26분쯤 전남 완도군 소안도 해안가에서 길이 1.5m 크기의 백상아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2018년 4월 27일 경남 거제 한 바닷가에선 길이 4m, 무게 300㎏에 달하는 백상아리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따뜻해진 바다...상어 불러  

과거 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던 백상아리 등 사람을 위협하는 상어가 남해안은 물론 동해안에서도 자주 출몰하고 있다. 국내에서 상어로 인한 인명피해는 지금까지 모두 7건이다. 1959년 7월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서 수영하던 대학생이 상어에 물려 희생되는 등 지금까지 6명이 숨졌다. 대부분 보령 등 서해안에서 피해가 집중됐다.

이처럼 상어 출현 해역 분포가 넓어지고 잦아진 것은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수온 상승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 50여년 간 한반도 주변 해역 표층수온은 약 1.35도나 상승했다. 전 지구 표층수온 상승과 비교해 2.5배나 높다. 그만큼 한반도 주변 해양환경이 다른 해역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4월 오전 강원 고성 봉포항 인근 해상에서 혼획된 청상아리의 크기를 해경이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4월 오전 강원 고성 봉포항 인근 해상에서 혼획된 청상아리의 크기를 해경이 측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빠른 '청상아리' 출몰 

상어 중 가장 빠르고 공격성이 강한 청상아리 출현도 잦아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울진군 망양정 해수욕장 인근 해상에서 2m 크기의 청상아리 1마리가 자망그물에 걸려 산 채로 포획됐다. 지난해 4월 26일 강원 고성군 봉포항 인근 해상에서도 길이 3.2m, 둘레 2m 크기의 청상아리가 발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 1월 발표한 ‘한국 연근해 상어 분류 도감’을 보면 전 세계 상어 500여종 가운데 사람을 공격한 상어는 총 33종이다. 그중 사람을 가장 많이 공격한 상어가 백상아리다.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상어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949건에 달한다.

이중 치명상은 142건, 비치명상은 807건이다. 백상아리의 공격이 351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뱀상어 142건, 황소상어 119건, 흉상어류 51건, 비만상어 36건, 남방상어 35건, 수염상어류 31건 순이다.

한국 바다에도 몸길이 3m 이상 산다 

현재 국내 연근해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어는 49종이다. 이 중 몸길이가 3m 넘는 상어는 10여 종, 사람에게 위협적인 상어는 백상아리를 비롯해 4~5종 정도다. 전 세계적으론 500여종의 상어가 분포해 있는데 일부 종은 전문가도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

백상아리 등 난폭한 상어가 잇따라 출몰하자 속초시는 속초 앞바다에 그물망 설치 등 해수욕객 안전을 강화하고 나섰다. 속초해수욕장 600m 전 구역에 그물망을 설치해 상어 진입을 차단했다. 또 해수욕장 입구에 ‘상어 피해 예방 안전 수칙 및 행동요령’ 입간판을 설치했다.

속초해수욕장 600m 그물망 설치 

속초해양경찰서에서도 각 함정과 파출소에 상어출몰 위험구역·연안해역에 대한 예방 활동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어 해수욕장 개장 기간 경비정을 배치해 안전사고에 대비할 예정이다.

이병선 속초시장은 “백상아리나 악상어 사체가 인근 해역에서 과거에도 종종 발견된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피해를 본 사례는 없다”며 “단 한 건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7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수렴리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백상아리. [사진 포항해경]

2018년 7월 경북 경주시 양남면 수렴리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발견된 백상아리. [사진 포항해경]

상어 출현 더 늘어날 가능성 커 

상어가 연근해에 출현하는 일은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삼면이 바다와 접한 해양 국가임에도 현재 상어에 대한 연구는 미흡하다. 상어를 연구하는 학자도 극소수에 불과해 국내 상어류 관련 연구자료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해안가에서 발견된 상어의 기본적인 생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6일 강원 삼척시 임원항 동방 약 3.7㎞ 해상에서 그물에 걸린 상어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상어의 경우 당시 최초엔 해경을 통해 백상아리로 알려졌는데 군산대 해양생명운영학과에 문의한 결과 악상어로 밝혀졌다. 상어는 사람에게 해를 입힐 수도 있기 때문에 상어에 대한 기본 정보 제공은 서로의 공존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국내 상어 전문가인 최윤 군산대 해양생명응용과학부 교수는 “백상아리는 과거엔 동해안 위쪽에서는 좀처럼 보기가 쉽지 않은 어종이었다”며 “열대 해역에 분포하는 상어가 해수온 상승에 따라 점차 올라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백상아리는 돌고래·바다사자 등 포유류를 주로 공격하고 해수욕장 인근까지도 접근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국내 연근해에 위험한 상어가 출현했을 때 관련 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원들과 ‘한국 연근해 상어 분류 도감’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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