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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단순한 프로모션 아니다. 문화적 가치 만들어 내는 게 목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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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명품 브랜드가 예술 전시를 개최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열고 있는 크고 작은 예술 관련 행사를 보면 늘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전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럭셔리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그리고 사회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 어떻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가에 대한 정답 같다. 이 전시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직접 방한한 불가리의 장-크리스토프 바뱅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8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를 찾은 장-크리스토프 바뱅 불가리 최고경영자. 장진영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를 찾은 장-크리스토프 바뱅 불가리 최고경영자. 장진영 기자

장-크리스토프 바뱅 불가리 CEO 인터뷰
브랜드 상징물을 예술적 관점에서 해석해
"단순히 불가리 제품만을 전시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품을 소개하더라도 문화적 맥락 안에서 하려고 합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심볼인 세르펜티를 미술적인 관점, 더 나아가 예술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불가리가 아트 이벤트를 하는 이유를 묻자 바뱅 CEO가 한 대답이다. 브랜드의 심볼을 예술적으로 풀어 소개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끌어내겠다는 이야기였다. 또한 국내에선 부정적 의미를 갖는 뱀의 이미지를, 진취적이고 대담한 여성의 상징물로 여겨지도록 인식을 바꾸는 고차원적 접근이다.
"이렇게 전시를 개최하면 방문객들에게 우리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힌트나 배경 설명을 자연스럽게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가 얼마나 창의적인 브랜드인지를 알릴 기회가 되기도 하고요.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 주얼리나 시계에 대해 욕망을 품게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죠. 하하."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의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전시 전경. 장진영 기자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의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전시 전경. 장진영 기자

뱀을 모티프로 디자인된 다양한 세르펜티 주얼리들. 장진영 기자

뱀을 모티프로 디자인된 다양한 세르펜티 주얼리들. 장진영 기자


뱀이 가진 긍정적 이미지를 한국에 소개 
세르펜티, 즉 뱀과 불가리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오랜 브랜드 역사를 끌어온 많은 다른 컬렉션이 있지만, '불가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바로 뱀이니 말이다.
"뱀은 오늘날 우리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상징입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시선을 잡아끌 뿐 아니라, 감성적인 메시지 또한 매우 독특하죠. 뱀은 위험하면서도 강인하고 또 매년 허물을 벗기 때문에 부활, 재생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담함·강인함·강렬함이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절묘하게 잘 맞습니다. 그래서 뱀의 형상이 모은 제품군을 아우르며 브랜드 이미지를 대변하고 있죠."

바뱅 불가리 ceo는 "단순한 프로모션이 아니다. 브랜드 상징물을 예술적으로 해석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바뱅 불가리 ceo는 "단순한 프로모션이 아니다. 브랜드 상징물을 예술적으로 해석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이번 전시는 작가 6명의 뱀과 관련된 작품들을 보여준다. 프랑스계 미국인 조각가인 니키 드 생팔과 천경자·최욱경·함경아·홍승혜·최재은 등 5명의 걸출한 한국 여성 작가들이 작품으로, 작가·작품 구성에 담긴 의미 또한 남다르다.
"뱀이라는 상징의 의미를 보여주는 데 있어, 동양의 시선과 더불어 서양의 시선을 함께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 단순한 주얼리 브랜드로서의 불가리를 넘어서 예술가들이 뱀을 얼마나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단순히 제품 프로모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내고자 했습니다."

바뱅 ceo가 천경자 화백의 작품 '사군도'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바뱅 ceo가 천경자 화백의 작품 '사군도'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바뱅 CEO의 의도를 높은 수준의 아트 컬렉션으로 보여준 데엔 국제갤러리의 힘이 컸다. 천경자 작가의 '사군도'를 포함해 강렬한 색감의 추상화로 정평이 나 있지만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최욱경 작가의 작품들을 수장고에서 끄집어냈다. 또한 한 달간의 국제갤러리 전관 전시를 개최하기 위해선 브랜드의 지원과 투자가 만만치 않았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최근 5~6년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5곳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중국·미국·일본에 비해 크지 않지만, 한국이 가진 풍부한 문화와 건축·예술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소비자 또한 스타일이나 철학이 우리와 잘 맞기 때문에, 한국에서 불가리가 인기를 얻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소비자들이 세르펜티를 자유롭게 즐기고, 또 이에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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