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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무료접종 뿌리더니…"대상포진 백신 없다" 때아닌 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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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6일 대전시에 있는 한 병원 입구에 대상포진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6일 대전시에 있는 한 병원 입구에 대상포진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너도나도 고령자 무료접종 확대 

대상포진 백신이 때아닌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올해 들어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대상포진 무료 접종대상을 확대하면서 백신 물량이 귀해진 탓이다. 백신 제조업체도 갑자기 공급시설을 늘릴 수 없어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상포진은 면역 기능이 떨어졌을 때 몸속에 잠복해 있는 수두바이러스가 통증·발진·신경괴사 등을 유발하는 질병이다. 병원에서 접종을 받으려면 13만~15만원을 내야 한다. 2019년께 일부 자치단체에서 차상위계층 등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시행하던 게 지난해 의료비 경감을 공약으로 채택한 단체장이 당선되면서 무료 접종 대상이 대폭 증가했다.

6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남 나주시는 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한 대상포진 백신 접종 지원 사업을 3일 만에 중단했다. 나주시는 2019년부터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해왔다. 올해 지원 대상을 대폭 늘렸다. 사회적 약자를 제외한 65세 이상 모든 주민에게 백신 접종비 3만8000원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2만3000여 명에 달한다.

전남 나주시는 대상포진 백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달 29일 지원사업을 일시중단했다. 사진 나주시 홈페이지 캡처

전남 나주시는 대상포진 백신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달 29일 지원사업을 일시중단했다. 사진 나주시 홈페이지 캡처

나주시, 백신 접종지원 3일만에 중단

고경숙 나주시보건소 예방의약팀장은 “현장 접종을 진행한 지 3일 만인 지난달 29일 1차 접종 물량으로 확보한 백신 700개를 모두 썼다”며 “제약사나 백신 공급업체에 문의해 봤지만, 물량이 달려서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나주시는 이달 말 백신을 확보하는 대로 접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충북 음성군은 올해부터 3년에 걸쳐 65세 이상 군민 1만8000여명에게 무료로 백신을 놔줄 계획이다. 올해 접종 인원 6500명을 목표로 했지만, 목표 인원의 30%만 접종을 마쳤다. 음성군은 4월부터 백신을 공급받고 있으나 1차 1000개, 2차 500개, 3차 300여개로 확보량이 점점 줄고 있다.

6월 초에 대상포진 백신을 받은 뒤 한 달 넘게 공급을 받지 못했다. 음성군 관계자는 “백신이 충분하지 않아 어르신들이 많은 마을의 의료기관은 백신이 바닥난 상태”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은 43.7%다. 연합뉴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은 43.7%다. 연합뉴스

백신 제조사 “공급량 갑자기 못 늘려” 

인천시 중구는 대상포진 백신을 거의 소진했다고 한다. 중구는 2019년부터 65세 이상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해오다 올해부터 65세 이상 모든 주민 2만여 명을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상반기가 지난 현재 접종률은 13.2%(2651명)에 불과하다. 신현희 중구 건강증진과장은 “백신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지만,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세종시는 2019년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에서 2021년 차상위 계층까지 대상을 확대하고 올해 150명 접종을 계획했다. 그러나 지난 3월 69명이 접종을 한 후 4월부터 백신이 없어 잠정 중단했다. 이 밖에 예방접종 지원 사업을 하는 강원 평창, 부산 동구 등은 4월~5월께 접종을 중단했다. 충북 단양군은 이달부터 만 80세 이상을 대상으로 무료접종을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을 미루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대상포진 백신은 조스타박스, 스카이조스터와 싱그릭스 등이다. 싱그릭스는 2배 이상 비싸다. 업체 관계자는 “몇 년 사이 지자체에서 대상포진 백신 수요가 확실히 늘었다”며 “수요가 늘었다고 해서 시설 확충을 곧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공급 물량을 맞추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2023년도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2023년도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질병청, 국가필수예방접종 지정 연구용역

이에 대해 육동일 충남대 명예교수는 “대상포진 백신 품귀사태는 이웃 동네 따라 하기식으로 무상 복지 시책을 도입했다가 뒤탈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상포진을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관련 연구용역을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한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가필수예방접종 항목은 정부가 전액 예산을 지원한다”며 “국민 부담, 백신 공급 안정성 등을 검토해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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