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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따고 피자 만들고…상주가 재미있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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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북 상주에는 체험 농장이 많다. 20대 청년 농부가 운영하는 ‘스테이지 파머스 룸’이 대표적이다. 이동우 스테이지 파머스 룸 대표와 아이들이 블루베리를 따는 모습. 이달 중순 블루베리 수확이 끝나면 바질 잎을 따서 피자를 만드는 체험이 이어진다.

경북 상주에는 체험 농장이 많다. 20대 청년 농부가 운영하는 ‘스테이지 파머스 룸’이 대표적이다. 이동우 스테이지 파머스 룸 대표와 아이들이 블루베리를 따는 모습. 이달 중순 블루베리 수확이 끝나면 바질 잎을 따서 피자를 만드는 체험이 이어진다.

‘곶감의 고장’ 경북 상주가 달라졌다. 다채로운 체험을 즐기는 촌캉스(촌+바캉스) 여행지로 거듭나는 분위기다. 청년 귀농인이 색다른 체험을 만들면서 일어난 변화다. 2021, 2022년 상주시는 경북 의성군 다음으로 귀농인이 많았다. 최근 상주시 귀농·귀촌인과 가족의 약 41%가 40대 이하였다. 청년 농부가 만든 프로그램을 체험해봤다. 블루베리를 따서 케이크를 만들고, 제철 채소로 건강한 피자를 굽고, 표고칼국수를 맛봤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상주가 이렇게 재미있진 않았다.

상주 귀농인 절반이 40대 이하

스테이지 파머스 룸에서는 블루베리 케이크도 만든다. 아이와 어른 모두 좋아한다.

스테이지 파머스 룸에서는 블루베리 케이크도 만든다. 아이와 어른 모두 좋아한다.

상주시 체험 농장 중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스테이지 파머스 룸’은 이동우(29) 대표를 비롯한 청년 농부 5명이 2019년 창업했다. 2020년 체험 농장을 열자마자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경북농업기술원의 지원을 받아 체험공간을 꾸미고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2021년 방역 지침이 엄격했는데도 체험객이 줄을 이었다. 2021년 3274명이 방문해 매출 8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6월 넉 달 동안 2600여명이 방문해 매출 6200만원을 넘겼다.

스테이지 파머스 룸에서는 블루베리 케이크도 만든다. 아이와 어른 모두 좋아한다.

스테이지 파머스 룸에서는 블루베리 케이크도 만든다. 아이와 어른 모두 좋아한다.

지난달 24일 약 2시간 진행된 프로그램에 참여해봤다. 블루베리 3종류(뉴하노버·에코타·레가시)를 맛보고 바구니 가득 수확한 열매를 담았다. 블루베리 케이크를 만든 뒤 말·양·토끼에게 먹이 주기 체험을 했다. 신난 아이들이 동물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말·양·토끼에게 먹이주기 체험도

상주환경농업학교에 자리한 ‘살롱드봉강’에서는 피자를 만들고 맛볼 수 있다. 제철 유기농 채소로 만든 건강식 피자다.

상주환경농업학교에 자리한 ‘살롱드봉강’에서는 피자를 만들고 맛볼 수 있다. 제철 유기농 채소로 만든 건강식 피자다.

이동우 대표는 1만㎡ 밭에서 연 2t의 블루베리를 수확한다. 블루베리는 수확 시기가 짧다.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다. 그래도 체험은 계속된다. 7~8월은 바질 잎을 따서 피자를 만들고 이후에는 샤인머스켓 포도, 고구마를 수확해서 간식 만들기 체험을 한다.

이 대표는 “지역 농가와 상생하기 위해 연중 체험을 이어간다”며 “체험객에게 재미뿐 아니라 농작물 이야기와 농사의 의미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상주환경농업학교에 자리한 ‘살롱드봉강’에서는 피자를 만들고 맛볼 수 있다. 제철 유기농 채소로 만든 건강식 피자다.

상주환경농업학교에 자리한 ‘살롱드봉강’에서는 피자를 만들고 맛볼 수 있다. 제철 유기농 채소로 만든 건강식 피자다.

상주 출신 황진영(43)씨는 서울에서 미술강사로 일하며 밴드 활동을 하다가 2014년 귀향했다. 고향에 내려와서는 전국귀농운동본부의 ‘자립하는 소농학교’에서 배운 대로 벼농사를 시작했다. 자급을 위해 배운 제빵이 새로운 기회로 이어졌다. 황씨는 “지역에서 제빵 수업을 했는데 피자를 만들어 대접했더니 모두 깜짝 놀랐다”며 “당장 피자집을 열라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2018년 상주환경농업학교(구 배영초등학교) 한편에 피자 체험 공간 ‘살롱드봉강’을 열었다. 2020년에는 시내에 피자 작업실도 열었다.

우리 밀로 반죽한 ‘제철피자’ 굽기

‘청년농부의 표고칼국수’ 김윤영 대표(가운데)는 부모와 표고농사를 짓다가 표고칼국수를 개발했다.

‘청년농부의 표고칼국수’ 김윤영 대표(가운데)는 부모와 표고농사를 짓다가 표고칼국수를 개발했다.

살롱드봉강 피자는 우리 밀로 반죽한다. 토마토·감자·버섯은 유기농 상주산을 쓰고, 햄은 흑돼지 무항생제 살라미를 사용한다. 올리브와 치즈만 유럽산이다. 24일 피자 체험 때는 이웃 농가의 마늘종·완두콩과 학교 마당에서 키운 딜·바질 같은 허브를 따 피자에 얹었다. 262도 오븐에서 15분 구운 피자를 먹어봤다. 채소 하나하나의 신선한 맛이 또렷하면서도 겉돌지 않았다. 쫀득쫀득한 도우 맛도 인상적이었다.

살롱드봉강은 제철 피자를 표방한다. 계절마다 가장 맛있는 채소를 활용한다. 봄에는 아스파라거스, 가을에는 단호박을 쓰는 식이다. 황씨는 “피자의 핵심 재료는 토마토이니 여름이야말로 피자가 제철”이라고 말했다.

상주 사람에게 지역 대표 음식을 물으면 머쓱해 한다. 상주시 홈페이지에도 추천 식당 말고는 지역 음식에 대한 정보가 일절 없다. 그런 와중에 30대 청년 농부가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으로 색다른 칼국수를 만들어 이목을 끌고 있다.

사골 국물과 표고 향이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사골 국물과 표고 향이 절묘한 궁합을 이룬다.

김윤영(33) ‘청년농부의 표고칼국수’ 대표는 서울과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2018년 고향 상주로 돌아왔다. 야근이 잦은 영상 편집 일을 하면서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부모의 버섯 농사를 도왔고 표고를 널리 알리고 싶어 식당까지 열었다. 어머니 박정희(65)씨와 음식을 공부하다가 표고칼국수를 개발했다. 한우 사골로 국물을 내고 표고 분말을 넣어 면발을 뽑는 방식이었다. 2021년 12월 낙동면 표고농장 옆에 칼국숫집을 차렸다. 농사가 우선이라 점심에만 식당을 열었다. 그런데도 주민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관광객의 발걸음도 꾸준히 늘었다.

표고칼국수는 전골식이다. 1인분을 주문해도 끓이면서 먹도록 해준다. 표고와 사골국물의 맛이 우러나 끓을수록 맛이 깊어진다. 겉절이 김치와 표고장아찌가 국수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김 대표는 “칼국수는 서민 음식이지만 보양식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며 “맛있게 먹었다며 웃는 손님을 보면 내가 더 치유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여행정보·스테이지 파머스 룸 7월 중순까지 토·일요일 블루베리 체험을 진행한다. 네이버에서 예약할 수 있다. 1인 3만원. 8월부터는 바질 체험으로 바뀐다.  ·살롱드봉강 피자 체험 상주환경농업학교에서 월 1회 진행한다. 체험비는 피자 한 개 5만원(2인 기준). 금·토요일 피자 포장 판매도 한다. 살롱드봉강 인스타그램에서 예약을 받는다.  ·청년농부의 표고칼국수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한다. 칼국수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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