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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망빙’의 계절…1시간 줄서도 200그릇 팔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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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비싼 가격 탓에 자주 도마에 오르지만, 줄 서서 먹는 인기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특급호텔 빙수 이야기다. 음식·화장품 등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제품에서 사치를 부리는 이른바 ‘스몰 럭셔리’가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 호텔업계는 매해 여름이 돌아오면 더 고급스럽고 더 화려한 빙수를 내는 데 매달리고 있다. 한 그릇에 10만원이 넘는 고가 빙수부터,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아이디어 제품이 줄줄이 쏟아진다.

15년 전 첫 등장…2만원서 12만원대로

전국에 ‘애망빙’ 열풍을 가져온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 [사진 각 호텔]

전국에 ‘애망빙’ 열풍을 가져온 서울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 [사진 각 호텔]

특급호텔 빙수 전쟁에 불을 댕긴 건 ‘애망빙(애플망고 빙수)’ 열풍이다. 제주신라호텔이 원조로 통하는데, 2008년 ‘로컬 식재료 발굴’ 프로젝트를 통해 애플망고를 듬뿍 올린 빙수를 선보인 것이 시초다. 제주산 애플망고의 남다른 맛과 식감은 금세 입소문이 퍼졌다. 서울신라호텔도 2011년부터 애망빙을 메뉴에 추가했고, 그 뒤 전국 호텔가에 애망빙은 유행처럼 번졌다.

시그니엘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 한 그릇 12만7000원으로 특급호텔 빙수 중 가장 가격이 높다. [사진 각 호텔]

시그니엘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 한 그릇 12만7000원으로 특급호텔 빙수 중 가장 가격이 높다. [사진 각 호텔]

애망빙은 높은 가격 탓에 ‘금(金)빙수’라는 악명이 늘 따라다닌다. 2008년 제주신라호텔의 첫 출시가는 2만7000원(2~3인분)이었다. 올해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9만8000원에 판다. 15년 새 260% 이상 가격이 뛰었다. 이것도 최고가는 아니다. 시그니엘 서울 97층 라운지에서 내놓는 애망빙이 한 그릇에 12만7000원을 받는다. 주요 호텔 관계자들은 “제주산 애플망고 단가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인건비, 유통 경비 등 고정비용이 많이 들어서 빙수값을 낮추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안다즈 서울 ‘그린티 만다린 빙수’. [사진 각 호텔]

안다즈 서울 ‘그린티 만다린 빙수’. [사진 각 호텔]

판매는 잘될까. 서울신라호텔의 경우 주말은 1시간 이상 대기가 기본이다. 많게는 하루에 애망빙 200그릇이 팔린다. 시그니엘 서울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도 인기는 꾸준하다”면서 “20~30대 여성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얼린 돌솥에 나오는 ‘비빔밥 빙수’도

호텔 빙수는 20~30대 여성이 주 고객인 만큼 생김새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화려한 겉모습으로 인증샷을 부르는 빙수, 독특한 재료를 사용하는 디저트가 선택받을 확률이 높다.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해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파크 하얏트 서울의 빙수 세트. [사진 각 호텔]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해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파크 하얏트 서울의 빙수 세트. [사진 각 호텔]

이를테면 파크 하얏트 서울은 빙수 2개를 세트로 주문하는 경우 드라이아이스를 내장한 전용 받침에 담아서 빙수를 내준다. 김율희 파크 하얏트 마케팅팀장은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방법인데, 빙수가 구름에 떠 있는 듯한 인증사진을 담을 수 있어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의 ‘비빔밥 빙수’. 돌솥에 8가지 생과일을 담아 낸다. [사진 각 호텔]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의 ‘비빔밥 빙수’. 돌솥에 8가지 생과일을 담아 낸다. [사진 각 호텔]

포시즌스 호텔 ‘복숭아 빙수’. [사진 각 호텔]

포시즌스 호텔 ‘복숭아 빙수’. [사진 각 호텔]

포시즌스 호텔은 이달 복숭아 빙수를 처음 선보였다. 제철 복숭아와 얼그레이 차로 만든 젤리와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파라다이스 부산의 블루베리 빙수는 막걸리로 만든 셔벗을 올리는 게 핵심이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에는 일명 ‘비빔밥 빙수’가 있다. 차갑게 얼린 돌솥에 키위·멜론·수박 등 8가지 생과일을 두루 담고, 고추장을 닮은 딸기 퓌레와 깍두기 모양 치즈케이크를 함께 낸다. 모양이 꼭 비빔밥 같다.

플라자호텔 ‘우도 땅콩 팥빙수’. [사진 각 호텔]

플라자호텔 ‘우도 땅콩 팥빙수’. [사진 각 호텔]

 소피텔 서울 ‘크루아상 빙수’. [사진 각 호텔]

소피텔 서울 ‘크루아상 빙수’. [사진 각 호텔]

레스케이프의 ‘곶감 약과 아이스크림’과 ‘술포카토’.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신상 디저트다. 백종현 기자

레스케이프의 ‘곶감 약과 아이스크림’과 ‘술포카토’.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신상 디저트다. 백종현 기자

‘포스트 애망빙’을 노리는 디저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레스케이프는 지난달 ‘곶감 약과 아이스크림(1만5000원)’을 출시했다. ‘할매니얼(노년 감성의 먹거리와 패션을 즐기는 문화)’을 즐기는 MZ세대를 겨냥한 디저트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위에 위스키를 부어가며 먹는 ‘술포가토’도 있다. 이송민 레스케이프 총지배인은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저트, 숏폼 콘텐트에 적합한 퍼포먼스형 디저트가 MZ세대 고객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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