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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철 백령도보다 심각…초미세먼지 기준 초과한 지하철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월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표기되어 있다. [뉴스1]

지난 2월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전광판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표기되어 있다. [뉴스1]

1호선 종각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황사철 백령도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종로5가·시청역 등 도심 인근 1호선 주요 지하철을 비롯해 58개 역사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했다.

서울시의회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서울시 예산·재정 분석 제45호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하철 공기 질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7958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270개 서울 지하철 역사 가운데 21.4%(58개)는 실내 공기 질이 여전히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0일까지 지하철 1~8호선 270개 역사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를 모니터링한 결과다.

출근시간 서울 종로구 종각역을 오가는 직장인들. 종각역은 서울 시내 모든 지하철 역사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출근시간 서울 종로구 종각역을 오가는 직장인들. 종각역은 서울 시내 모든 지하철 역사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서울시의회, 270개 지하철역 모니터링

올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역사.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올해 초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역사.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가장 심각한 곳은 1호선 종각역(157.0㎍/㎥)이다. 서울 시내 역사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았다. 연초 중국 북부와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국내에 유입했을 당시 서해 상 초미세먼지보다 더 심각했다. 인천 옹진군 백령도는 146㎍/㎥, 옹진군 연평도는 146㎍/㎥이었다.

종각역뿐만 아니라 종로·을지로 일대 시청 도심에 위치한 지하철 중 상당수가 법정 기준(50㎍/㎥)을 초과했다. 1호선 종로5가역(134.6㎍/㎥)도 100㎍/㎥를 넘어선다는 측정 결과가 나왔다. 1호선 시청역(83.7㎍/㎥), 3호선 충무로(83.3㎍/㎥), 2호선 을지로입구역(71.4㎍/㎥), 4호선 회현역(75.5㎍/㎥), 1호선 종로3가역(74.5㎍/㎥) 등도 법정 기준치 이상이었다.

이는 지난해보다 더 악화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서울 시내에서 초미세먼지가 기준치를 초과한 역사가 종각역(58.0㎍/㎥)과 동대문역(54.0㎍/㎥) 단 2개소였다.

이에 대해 신우철 서울시의회사무처 예산분석관은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지난해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지하철이 혼잡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非)도심권에선 8호선 복정역(80.0㎍/㎥) 지하철 역사 공기가 가장 나빴다. 6호선 응암역(78.3㎍/㎥)과 2호선 낙성대역(77.7㎍/㎥)이 뒤를 이었다.

서울 지하철 초미세먼지 측정 현황.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서울 지하철 초미세먼지 측정 현황.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도심 지하철 다수 법정 기준 초과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이다. 이보다 더 표면적이 넓은 초미세먼지는 보다 많은 유해물질이 흡착할 수 있고 크기가 작아 혈관으로 침투할 가능성도 있어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보다 더 건강에 해롭다.

실제로 ‘글로벌 대기상태 2019’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한 한국인(1만7000명)가운데 90% 이상은 초미세먼지 때문이었다.

다만 해마다 전반적인 지하철 공기 질은 대체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회 분석이다. 2018년 평균 82.6㎍/㎥였던 지하철 1~8호선 지하역사 내 미세먼지 농도는 2022년 43.7㎍/㎥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54.6㎍/㎥에서 24.0㎍/㎥로 개선했다.

서울시 지하철 공기질 개선사업 투입 금액.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서울시 지하철 공기질 개선사업 투입 금액. 그래픽=김영희 디자이너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이용객이 많거나 낡은 역사는 공기청정기 필터 교체 주기를 단축(6개월→2개월)하고 초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한 물청소 횟수를 늘렸다”며 “장기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역사는 추가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신우철 예산분석관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서울시 초미세먼지 저감 사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법정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난 지하철 역사 공기 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미세먼지 저감 기술·장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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