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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검단 아파트 전면 재시공…증권가 “최소 5000억 손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GS건설이 아파트를 새로 짓겠다고 발표한 인천 서구 검단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뉴스1

GS건설이 아파트를 새로 짓겠다고 발표한 인천 서구 검단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뉴스1

지난 4월 29일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일어난 인천 검단 아파트의 시공사인 GS건설은 17개 동, 1666가구 규모의 아파트 전체를 재시공한다고 5일 전격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GS건설이 5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6일 GS건설 관련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해보면, 전면 철거 및 재시공에 4년 이상 소요되며 손실 규모는 3000억~5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3000억~45000억원 수준의 손실 부담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철거비용 1000억원, 재시공비 1130억원,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770억~2300억원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손실액을 3403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지체상금은 약 665억원이다. 하이투자증권은 5400억원, KB증권은 5000억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특별점검 및 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특별점검 및 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손실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아파트 재시공비가 37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조 단위 비용은 과도한 추산이라는 게 증권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하이투자증권 배세호 연구원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시공사만의 문제가 아닌 설계, 감리 전 부문에 걸친 문제고, 시공사가 컨소시엄 형태(GS 건설 40%, 동부건설 30%, 대보건설 30%)이기 때문에 해당 비용은 (발주청) LH, 컨소시엄 건설사들과 배분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이 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사고 아파트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GS건설은 5일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결과 발표시점(정오)에 맞춰 사과문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재시공과 관련해 “만일 안전에 문제가 된다면 그것이 어디까지가 되었건 최대한 재시공 범위를 충분히 넓혀서 안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제거토록 하겠다”고 적혀 있었다.

인천 검단신도시 AA13입주예정자들이 13일 인천 서구 원당동 LH검단 사업단 앞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달 29일 지하주차장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 발주청은 LH이며,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뉴스1

인천 검단신도시 AA13입주예정자들이 13일 인천 서구 원당동 LH검단 사업단 앞에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달 29일 지하주차장 지붕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 발주청은 LH이며, 시공은 GS건설이 맡았다. 뉴스1

하지만 약 2시간 뒤 GS건설은 사과문을 수정해 재배포했는데, 여기에 “전면 재시공하겠다”는 입장이 담겼다. 최고 경영진이 2시간 새 최종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경영진에서 전면 재시공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며 “과거 삼성전자가 애니콜 휴대폰 불량품 15만여 대를 전량 폐기한 사례처럼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새로운 회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데 경영진의 의견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직원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브랜드 가치가 크게 추락한 것도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외에 올해만 부실시공이 의심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GS건설이 서울 중구 만리동에 시공한 ‘서울역센트럴자이’ 단지 하부 필로티 외벽이 지난 3월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지난달에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지하주차장 물 넘침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5월 아파트브랜드조사에서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의 선호도는 올해 초 3위에서 17위로 떨어졌다. 브랜드 가치 추락은 매출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부실시공’이미지가 확산하면 강남권 정비사업 시공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까지 2만원 대를 유지하던 주가 역시 1만5000원 대로 급락했다.

다만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8월로 예정된 처분 결과 발표 전까지 불확실성은 지속하겠지만,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브랜드 가치 훼손을 일정 부분 방어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한 건설사 임원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며 브랜드 가치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전면 재시공으로 인한 회사 손실에 대해 주주들에게도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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